[사설] 적자 공기업 성과급도 퇴직금 반영? 임금체계부터 바꿔야

입력 2020-07-10 17:47   수정 2020-07-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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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사업에 동원돼 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을 겪는 공기업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퇴직금 추가지급 줄소송에 직면했다. 올초 서부발전이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영해 퇴직금을 더 달라며 노조가 제기한 소송(1심)에서 패소한 데 이어, 한국수력원자력도 최근 노조가 퇴직금 청구소송을 냈다. 한국전력 본사와 6개 발전자회사에 대한 소송 청구액만 312억원에 이른다.

줄소송이 벌어진 계기는 2년 전 대법원이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이 불확정적이어서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던 기존 판례를 뒤집은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 산정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로 ‘매년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과 조건도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경영평가 결과로 성과급을 받는 129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소송이 번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부가 공기업 경영효율화를 위해 지급하는 경영평가 성과급이 엉뚱하게도 퇴직금 소송으로 번진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경영평가 성과급이 공기업이 적자를 내도 6단계(S,A~E) 평가 중 C등급 이상이면 받을 수 있는 ‘무늬만 성과급’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건강보험공단(-3조8653억원), 한전(-1조1744억원)도 각각 A와 B등급을 받아 ‘성과급 잔치’를 예고했다. 이런 맹점이 퇴직금 추가 지급소송이란 부메랑이 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기업 임금체계는 복잡할뿐더러 비상식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공서열식 호봉제와 경영평가 성과급의 체계로는 경영혁신도, 생산성 제고도 기대하기 어렵다. 임금체계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연봉제 성격의 직무급제로 전환한다면 일률적인 공기업 평가와 성과급 지급에 따른 시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행 경영평가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소위 ‘사회적 가치’ 평가비중을 100점 만점에 30점까지 올려놔 경영실적에 관계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시책에 앞장서면 높은 등급을 받는 구조다. 그러니 적자 공기업도 성과급 잔치를 하고, 퇴직금까지 더 얹어줘야 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게 국민 부담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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