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 일부 지지자들은 고소인의 신상정보를 찾는 움직임을 보여 2차 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온라인상에서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고소인의 신상을 파악해, 당사자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뉘앙스의 글을 다수 게재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2016년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왜 4년이나 참았나?"라며 "계획된 행동 아니냐" 등의 발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전날 박원순 시장의 시신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자 지지자들은 "살려내라"며 마치 고소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연일 "맑은 분" "자신에게 엄격한 분" 등의 발언으로 박 시장을 추켜세우며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민주당은 홈페이지에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평생 동안 시민을 위해 헌신하신 고인의 삶과 명예를 기리며 고인의 가시는 길에 추모의 마음을 바칩니다"라고 애도의 글을 전면에 올렸다.
반면 박원순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피해자에게 당 차원의 유감 표시나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는 것과 관련 "다른 쪽에선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전혀 다른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 발표를) 회피하거나 미루는게 아니다. 실제로 정확히 내용에 근거해서 대응하겠다"며 "죽음은 있었지만 죽음의 실체가 파악이 안된 것이다. 저희로선 지금 이런 상황에서 입장을 내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라고 부연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정오쯤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박원순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직후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 차원 대응이 있을 예정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이 나오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해찬 대표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인가.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다소 언성을 높였다. 이해찬 대표는 질문한 기자를 향해 "XX자식"이라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10일 오전 박원순 시장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러진다면서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서울시의 결정이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동의자가 33만명을 넘어섰다.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미투 폭로자는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고소장을 접수하고 변호인과 함께 조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본인 외에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원순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자 A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2016년 이후 집무실에서 A씨를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했다.
A씨는 서울시청의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완곡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으나 박원순 시장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대화는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근 사직한 후 정신과 상담 등을 받던 중 엄중한 법의 심판과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선결돼야 한다고 판단해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고소가 사람을 죽인 것 같은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유창선 평론가는 "무엇보다 앞으로 벌어질 광경 앞에서 외롭지 않기를 빈다.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나 혼자라도 이 얘기는 꼭 전하고 싶었다"며 "고인에 대한 추모의 목소리들과 피해 여성의 고통이 정비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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