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벤츠의 기함’으로 불리는 S클래스 세단에 차량용 P-OLED(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단독 공급한다. 12.8인치 초대형 패널로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인포테인먼트를 구현할 핵심 장치다. LG가 성장 가능성이 큰 자동차 OLED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는 9월 공개할 예정인 신형 S클래스의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기능 제어 장치) 패널로 LG디스플레이의 P-OLED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에 LG OLED 패널이 장착되는 첫 사례다.
벤츠는 LG OLED 패널의 뛰어난 성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곡선으로 디자인할 수 있어 인체공학적 설계가 가능하고 LCD(액정표시장치)보다 전력 사용량은 30% 적다. 4K 수준의 선명한 화질과 터치할 때 진동을 느낄 수 있는 햅틱 기능도 갖췄다. 차량 제어부터 내비게이션 및 공조장치 조작까지 OLED 패널을 통해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
이번 납품을 계기로 LG디스플레이의 P-OLED 공급처가 BMW 등 프리미엄 자동차업체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업체(1분기 점유율 18.4%)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차량용 OLED 패널 시장 규모는 올해 5700만달러에서 2025년 7억8000만달러로 열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LGD, 벤츠에 OLED 독점공급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LG그룹 계열사 대표(CEO)들은 한목소리로 자동차 부품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회사 매출의 30% 이상이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나올 것”(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VS(자동차부품솔루션)사업본부가 내년에 흑자 전환할 것”(권봉석 LG전자 사장) 등 강한 의지가 담긴 발언이 쏟아졌다.
이 같은 CEO의 발언은 그룹 안에서 커지고 있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6월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성과도 작지 않다. LG그룹의 자동차 부품 수주 잔액은 200조원 이상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각각 자동차용 패널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도 한창이다. LG전자는 2018년 글로벌 자동차 헤드램프 업체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자동차 조명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7월엔 ZKW 한국법인을 설립했고 지난 1월엔 LG전자 VS사업본부의 후미등 사업을 떼서 ZKW에 붙였다.
전문가 영입도 활발하다. LG는 2018년 11월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겸 구매부문장을 (주)LG 자동차팀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LG전자 VS사업본부 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부사장)을 맡아 계열사 간 자동차 사업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관련 직원도 증가 추세다. 지난 1분기 기준 LG화학 전지사업본부(6526명), LG전자 VS사업본부(4566명),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1575명), ZKW(9700명) 등 자동차 부품 관련 직원은 총 2만2367명으로 최근 2년 만에 2468명(12.4%) 늘었다.
커지는 사업은 매출 규모로도 증명된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 LG전자 VS사업본부,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 ZKW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16조6471억원으로 2018년(13조5695억원) 대비 22.7%(3조77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와 LG전자 VS사업본부의 수주 잔액은 각각 150조원, 50조원에 달한다.
수익성 개선은 숙제로 꼽힌다. 지난해 LG화학 전지사업본부(-4543억원), LG전자 VS사업본부(-1949억원),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520억원)는 흑자를 내는 데 실패했다. 올해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 LG는 성장 사업엔 투자를 확대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는 정리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LG가 올해 LG전자 VS사업본부에 6000억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LG하우시스 자동차소재사업부는 매물로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LG 고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내년엔 차 관련 사업에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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