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송환을 피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24)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경찰이 수사하게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유현정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손 씨 아버지의 고소·고발 사건을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넘기면서 수사지휘만 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이 같은 결정에 법조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을 이례적으로 경찰에 바로 넘긴 것을 두고, 범죄인 인도 거절 결정에 따른 후속 수사의 부담을 경찰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손 씨의 아버지는 지난 5월11일 손 씨의 첫 인도 심사 심문을 일주일 앞두고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아버지 손 씨는 검찰이 과거 손 씨를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수사할 때 범죄수익은닉 관련 수사를 하고 기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손 씨가 할머니의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도 포함해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달 14일 형사4부(신형식 부장검사)에 한차례 배당했던 해당 사건을 서울고법의 손 씨 미국 송환 결정 이틀 후인 지난 8일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재배당했고,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다시 경찰에 수사지휘를 내렸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경찰이 2017년 말 내사 단계에서부터 손 씨 등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을 수사한 점 등을 고려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사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17년 9월 미국으로부터 국제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받아 그해 10월 내사에 착수한 뒤 2018년 3월 초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를 구속 송치한 바 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기록을 검토해 조만간 손 씨의 아버지를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사실관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아버지 손 씨는 고소·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없고, 잘못이 있다면 손 씨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기록 등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겨받았다"면서 "필요하다면 형사사법 공조를 이용해 미국 측에 추가 증거자료를 요청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손 씨의 미국 송환에 대한 세 번째 심문에서 범죄인 인도 거절 결정을 내렸다. 손 씨는 1년 2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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