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촉발된지 2년이 지났지만 정치적·경제적 지위 등을 앞세운 ‘권력형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긴 인원은 총 13명이다. 2015~2018년 동안 1~8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지난해 최근 5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도 최근 5년 연속 매년 100명 이상이다. 올 상반기에만 이 혐의로 58명이 기소됐다.
권력형 성범죄의 유형은 다양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권력을 내세워 범행을 저질렀다. 목사가 신도를 성추행하거나, 대학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위력’은 명시적인 폭행·협박뿐 아니라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지위 등 무형의 압력을 통해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 모두 포함된다.
법조계에선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범죄 특성상 ‘그루밍(길들이기)’ 되는 경우가 많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범죄 피해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성년자를 포함해 총 4명의 여신도를 ‘그루밍 성폭행’한 인천의 한 30대 목사가 지난 5월 기소되기도 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과거엔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없을 경우 업무상 위력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았으나, ‘안희정 판결’ 이후 법원이 피해자의 진술 만으로도 위력의 존재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불이익에 대한 우려 등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을 망설이는 피해자가 많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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