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대세가 된 영향이 크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매출과 이익을 더 많이 내는 통신사와 은행의 기업가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에서만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시장과 돈은 디지털로 무장한 빅테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과 금융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은 ‘예정된 미래’였다. 해외 빅테크들이 금융시장에 진입했고, 글로벌 은행들은 IT 기업을 인수하며 금융IT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이 “골드만삭스는 IT 회사”라고 선언한 게 2015년이다. 온라인 유통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도 없다. G마켓과 옥션이 합병할 때만 해도 독점 논란이 일었지만, 이제 쿠팡에 이어 네이버가 공포의 대상이 됐다. 앞으로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구글이 최대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10년 후 어떤 사업을 하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이처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이유로 규제의 칼을 휘두를 태세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사후 심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법률을 제정해 사전에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상황부터 개선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앱 마켓 수수료를 30%나 받지만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 인터넷 기업 임원은 “실물 제품은 관세장벽이라도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는 국경이 없는 하나의 시장”이라며 “국내외 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지 않고 규제법만 만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기업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불공정 행위를 문제 삼아 새로운 규제법을 만들기 전에 기존 불공정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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