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뜨거웠던 서울 부동산시장은 일단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인 뒤 장고에 들어갔고, 매수 대기자들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눈치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세금 중과 유예 기한인 내년 6월까지는 다주택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주택 수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매물 정리는 ‘지방→수도권→서울’ 순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12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면적 82㎡는 22억원에 매물이 나왔었지만 이번 대책 발표 후 집주인이 매도를 보류했다. 28억원에 나왔던 전용 108㎡ 매물도 집주인이 거둬들였다. 압구정동 J공인 관계자는 “대책 전 10개 정도 있던 매물이 발표 후 절반으로 줄었다”며 “종합적으로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강북 상황도 비슷하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도 매물 회수가 잇따랐다. 지난달 24일 7억700만원에 거래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전용 58㎡는 최근 호가가 8억원까지 올랐지만 집주인이 매물을 거뒀다. 중계동 E공인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공급 부문은 빠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 매물을 취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17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매수세가 여전하다. 지난달 18억원에 거래된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21억원 수준이다. 신천동 K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나온 당일에 잔금까지 바로 쏴주겠다는 매수자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은 더 두드러질 조짐이다. 대책 발표 당일인 지난 10일 마포구 신촌그랑자이 전용 84㎡는 17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10월 1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신촌그랑자이는 지난 2월 입주한 새 아파트여서 마포 일대에서 대표적인 똘똘한 한 채로 꼽힌다.
그러나 매물은 지방과 수도권, 서울 순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는 비인기 지역 순으로 정리하고,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끝까지 갖고 갈 가능성이 높다. 강북 주택 2채를 정리해 강남 한 채로 갈아타는 수요도 나올 수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담보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강남 아파트는 한 번 팔면 다시 사기 힘들다”며 “이번 대책으로 강남으로의 쏠림은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전세난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보호 3법은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포동 반포자이는 최근 전용 59㎡ 전세 매물이 11억5000만원에 등장했다. 한 달 전에 비해 1억원가량 뛰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와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고 공급을 늘릴 묘수는 없다”며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투기수요가 아니라 실수요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아영/장현주/정연일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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