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별세한 고 백선엽 장군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을 두고 ‘홀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현충원 안장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13일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의 현충원은 위상이 같다. 대전현충원은 서울현충원이 만장돼 물리적으로 묘역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서울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는 대상자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세 번째 현충원으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립연천현충원 역시 같이 묶인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충원 간 차이는 빈 자리의 유무뿐"이라며 "안장 대상자가 작고하면 절차에 따라 빈 자리가 있는 곳으로 안장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서울현충원의 장군묘역은 이미 1996년에 만장됐다. 광복 이후 국군의 창설과 발전은 물론 6·25전쟁, 베트남전, 대간첩 작전 등에서 전공을 세운 군 장성들 355명이 안장돼있다. 이후 서울현충원 장군묘역에 안장된 사례는 없다. 2013년 별세한 채명신 장군의 경우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서울현충원 사병묘역에 안장됐다. 백 장군 유가족들 역시 이 같은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장군의 서울현충원 안장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백 장군 세대의 전우들 다수가 서울 묘역에 안치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대한민국 육군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북한 공산집단의 불법 남침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했던 대한민국을 구한 백 장군님이 서울 현충원 전우들 곁에 영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에서 "백 장군은 6·25 전쟁 발발부터 1128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전선을 이끈 장군"이라며 "12만 6·25 전우가 있는 서울현충원에 그를 누이지 못하는 것은 시대의 오욕"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현충원의 장교·사병 묘역 역시 모두 만장이 된 상태다. 서울현충원 측은 서울 안장을 원하는 유가족들을 배려해 2006년부터 '충혼당'이란 이름으로 납골당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 백 장군의 서울 안장을 추진한다면 납골당 안치 역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유공자 묘역의 빈 자리를 활용해서 안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백 장군의 현충원 안치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상황에서 '예외'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 장관 유족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전현충원 안장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장군 장남인 백남혁(67) 씨는 "아버지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아버지도 생전 대전현충원 안장에 만족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이나 대전이나 다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라며 "아버지가 지난해 건강했을 때 이미 대전에 안장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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