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상징' 서지현 검사 "박원순 관련 입장 밝히기 어렵다"

입력 2020-07-13 13:46   수정 2020-07-14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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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던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결국 밝히지 않기로 했다.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 성추행 피해사실을 고발하며 우리나라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인사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해 논란이 일었다.

서지현 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황장애가 도져 한 마디도 어렵다"며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고 했다.

서지현 검사는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 애통하신 모든 분들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며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한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한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했다.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 한 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말하는 분도, 피해자 옆에 있겠다 말하는 분도 부러웠다. 그 부러움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메시지는 더더욱 쏟아졌다. 어떤 분들은 입장 바꿔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음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제가 그런 경우를 상상 안 해 봤을까봐"라며 "정치인도 국가기관도 아닌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온갖 욕설과 여전한 음해나 협박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계속 중인 제 자신의 송사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적 정신적 능력마저 부족함에도, 억울함을 도와 달라 개인적으로 도착하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능력밖에 있었다"고 했다.

서지현 검사는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 모두는 경험과 인식이 다르다. 극단적인 양극의 혐오 외에 각자의 견해는 존중한다. 모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기 어렵다.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있겠다. 참으로 세상은 끔찍하다"고 했다.

앞서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그 분의 심정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절히 공감하고 이해해주실 분은 바로 서지현 검사님 아니겠나"라며 "서지현 검사님은 지금 대한민국 법무부의 양성평등정책특별자문관이다. 바로 얼마 전에는 범죄인 인도 청구를 거부한 판사에 대해 언론 매체에 직접 나와서 발언도 해주셨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뭐라 한 마디만 해달라.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법무부에서 고위공직을 맡고 계시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까방(까임방지)권 주시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들이 지금 박원순 시장을 형사고소한 피해자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것은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피해자를 색출하겠다는 사람들의 협박조의 언사는 뭔가"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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