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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CC(파72·6491야드) 18번홀(파4) 티잉에어리어. 연장전이 이어진 탓에 같은 곳에서 세 번째 티샷을 한 박현경(20)이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공이 드라이버 스위트스폿을 비껴 맞은 것. 동갑내기 라이벌 임희정(20)의 공보다 20m 뒤에 티샷이 떨어졌다. 탄식이 환호로 바뀌는 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홀까지 135m 거리를 남긴 상황에서 박현경은 두 번째 샷을 홀 약 70cm 앞에 떨궈 승리를 예감했다. 핀에서 12m가량 떨어진 곳에서 굴린 임희정의 버디 퍼트는 홀을 한참 비켜갔다.
메이저급 대회로 신설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적은 비였다.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던 1라운드를 하루 연기시킨 장맛비는 이날도 기승을 부렸다. 대회 3라운드는 결국 취소됐고,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13언더파 131타)였던 임희정과 박현경이 낮 12시15분부터 16번홀(파4), 17번홀(파5), 18번홀에서 스트로크로 연장전을 치렀다. 3개 홀 성적을 합산해 우세한 쪽이 이기는 방식.
2000년생 동갑내기 라이벌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16번홀, 17번홀, 18번홀을 모두 파로 맞선 둘의 승부는 18번홀 서든데스로 이어졌다. 첫 번째 홀에서 박현경이 먼저 8m 안팎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자, 임희정도 7m 버디 퍼트로 응수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희비가 갈렸다. 임희정의 장거리 버디 퍼트는 빗나갔고, 박현경은 짧은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은 박현경은 시즌 상금 4억5075만원을 쌓아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시즌 2승을 합작한 아버지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세수 씨는 한국프로골프(KPGA) 2부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프로 골퍼다. 박현경은 “아버지가 캐디를 하면 어려운 상황이나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된다”며 “아버지는 내게 자부심이고 많은 힘이 돼 주신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에서 준우승한 박민지(22·NH투자증권)가 2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기록해 3위에 올랐고, 김세영(27·미래에셋)은 7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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