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이달 말 회의를 열고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확정한다. 중위소득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의 중간값이다. 기초생활수급부터 직업훈련비, 의료 지원에 이르기까지 73개 복지 혜택 대상자를 선정할 때 활용된다. 예컨대 기초생활수급자는 중위소득의 30%, 차상위계층은 중위소득 50% 이하가 대상이 된다.
내년 중위소득은 산정 기준이 기존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뀐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가계동향조사에서는 무작위로 추출된 가구가 직접 항목별로 신고하는 방식을 통해 정부가 조사 대상자의 소득 수준을 파악한다.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이미 선정된 가구의 매년 소득 증가치를 집계한다. 항목은 덜 구체적이지만 국세청 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고소득층이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가계동향조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정확하게 이들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기준이 변경되면 중위소득은 올라간다. 2018년을 기준으로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은 508만원으로 가계동향조사 기준보다 56만원 높았기 때문이다.
중위소득이 높아지면 기초생활수급자 기준 등도 함께 올라가 복지 혜택 대상자가 늘어난다. “50만~60만 명이 새로 포함되면서 수조원의 복지 비용이 추가로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2015년 이후에 이미 나타났다. 정부는 2015년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을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 전환했다. 2014년까지는 ‘연 2회 영화 관람’ ‘2년에 한 번 운동화 구입’ 등 구체적인 항목을 정해 필요한 생활비를 산출하는 최저생계비를 근거로 복지 대상자를 선정했다.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가구는 기초생활수급 대상, 최저생계비의 1.2배까지는 차상위계층으로 분류했다. 2010년 155만 명이던 기초생활수급자가 2014년 132만9000명으로 4년 만에 22만 명 넘게 감소하는 등 경제가 발전하면서 복지 대상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5년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중위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기초생활수급자는 그해 164만6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에는 생활 수준이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일정 비율은 생활 지원 대상으로 남는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에서 사회 발전에 뒤처진 이들을 돕는 것으로 복지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중위소득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를 산정하더라도 빈부격차가 줄면 대상자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복지 전문가는 “중위소득 기준에 따라 빈곤층이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것은 이상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절대빈곤 기준도 어느 정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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