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 "'골프판 구글' 만들어 세계인들 즐기게 할 것"

입력 2020-07-14 17:14   수정 2020-07-15 00:41


김영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74)은 5년 전 담낭 수술을 받았다. 전신 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이었다. 정작 그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다. 수술 후 골프를 언제부터 칠 수 있냐는 것. 김 회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의료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골프 마니아가 골프로 사업을 하고 있으니 행운아 아니겠느냐”며 “GDR아카데미 선수들의 전지훈련 등을 쫓아다니고, 한 해 170라운드를 하며 걷는 게 사업에서 영감을 얻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삼성에서 배운 전략경영이 성공 밑거름
김 회장은 1946년 가난한 농가에서 3남1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해방둥이였던 그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취업이 잘된다는 말에 기계공학과(홍익대)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GM코리아에 근무하던 그는 1979년 삼성전자로 눈을 돌렸다. 엔지니어보다는 영업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한 것. 15년을 삼성전자에서 근속한 그는 교환기, 팩시밀리 등을 만들어 파는 정보통신 부서에서 3년간 사업부장을 맡아 연간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때 배운 전략경영이 골프존 창업에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골프를 배운 것도 이즈음이다. 김 회장은 “손이 작아 스윙 연습을 하다 손바닥이 터져 고생했지만, 1990년 뉴스프링빌CC에서 한 첫 라운드의 짜릿함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크게 흔들고 싶은 열정’은 그를 운명처럼 창업으로 이끌었다. 이때가 1993년. ‘700 음성사서함(VMS)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박찬호, 박세리 등과 관련한 음성 뉴스로 하루에 500만원씩 매출을 올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며 “하지만 업계가 폰팅 등 선정적인 방향으로 흘러 지속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1997년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노후 대책으로 시작한 스크린이 세계 첫 골프방으로
다시 3년간의 창업 고민이 이어졌다. 머릿속을 맴돌던 키위드는 인터넷, 정보기술(IT), 네트워크, 골프였다. 이 키워드들을 하나로 조합하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김 회장은 “처음엔 좋아하는 골프 일을 하면서 노후 준비나 하자고 시작했다”며 “머리 올려주는 날 어떻게 쳤는지 기억하는 골퍼들이 없는 것을 보고 연습장과 필드를 이어주는 사전 연습 장치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골프시뮬레이터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00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작은 사무실을 빌려 직원 5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그는 1년6개월 만에 ‘골프존 P’를 내놨다. P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볼 방향과 속도만 측정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스윙플레이트를 넣어 현장감을 살린 것이 주효했다. 2001년 매출 10억원을 올린 골프존은 골퍼의 스윙을 녹화해 반복해서 보여주는 기술, 실제 골프장을 옮겨온 듯한 고화질 영상, 초고속 카메라를 적용해 필드골프와의 유사성을 높인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스크린골프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고, 스크린을 넘어 골프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2년 토털 골프 솔루션 제공을 회사의 목표로 정한 김 회장은 골프장 운영(골프존 카운티), 골프용품 유통(골프존 마켓), 골프레슨(GDR아카데미·레드베터 아카데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골프존 카운티는 골프존카운티 선운CC 등 19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고, 골프존 마켓은 전국에 56개 점포가 있다. 2015년에는 지주사 체계를 갖추며 10개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거느린 종합골프그룹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골프존과 골프존뉴딘홀딩스는 각각 2470억원, 22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 20년 만에 매출이 470배 늘며 골프업계의 리더로 거듭난 셈. ‘세상에 없던 산업’은 국내를 포함해 미국 일본 등 63개국에서 매일 약 12만 명이 연간 6000만 라운드를 즐기는 새로운 생활 스포츠로 성장했다. 골프존 회원 수만 290만 명에 달한다.
“골프 좋아하는 직원들 판 깔아주는 게 내 역할”
김 회장은 2016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계열사는 물론 지주회사까지 최고경영자(CEO)들이 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 자신은 판을 깔아주고 급변하는 사업 환경은 젊고 골프를 좋아하는 경영자들이 따라가는 것이 맞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골프를 좋아하는 인재들이 회사에 모이니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넘쳐났다”고 말했다.

샐러리맨을 20년간 경험한 김 회장은 직원 복지에도 적극적이다. 골프존이 상장되기 전에는 여름휴가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월급 통장으로 바로 입금하면 직원들이 휴가비를 구경도 못할 수도 있는 고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회장은 “집사람이나 남편에게 들키면 나도 공범(?)으로 몰리니 절대 걸리지 마라. 어른 노릇, 자식 노릇 한번 멋지게 해보라”는 글을 게시판에 올려 화제가 됐다.
골프존 문화제국에 세계인 뛰놀게 할 것
김 회장은 지난 5월 창업 2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골프판 구글’이 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스크린과 필드, 연습과 실전, 결제까지 골프의 모든 것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통합 플랫폼을 올해 내놓을 것”이라며 “세계가 골프존 네트위크에서 골프를 즐기는 ‘골프존 문화제국’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골프장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야심찬 구상도 그 한 갈래다. 5G(5세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스윙 기록 등의 ‘빅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 회장은 “18개 홀 전체에 카메라, 센서를 설치해 골퍼 자신이 한 라운드 상황의 장면과 샷 거리를 앱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골프존카운티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이런 혁명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기능을 적용한 새 시뮬레이터도 선보일 생각”이라며 “5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스크린 골프 유저들이 골프존 앱에서 뛰어놀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골프에서 사업과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김 회장은 “기업 경영이나 골프나 거리보다 방향성이 훨씬 중요하다”며 “거리가 짧으면 기껏해야 1~2타 손해보겠지만 방향이 틀리면 3~4타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공이 잘 맞을 때는 사업이 흥하곤 했다. 올해 4월 전북 고창의 선운CC에서 생애 최고 스코어인 2언더파 70타를 치며 버킷리스트였던 에이지슈터(자기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치는 골퍼)를 이룬 것을 보니 올해는 운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 김영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

△1946년 전북 출생
△1973년 홍익대 기계공학과 졸업
△1973년 GM코리아
△1979~1993년 삼성전자
△1993년 ‘영밴’ 창업
△2000년 골프존 창업
△2009년 벤처기업대상 석탑산업훈장
△2015년 유원골프재단 이사장
△2018년 골프존뉴딘그룹 회장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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