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상공부는 14일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전 분기 대비 41.2%(계절 조정 연율) 축소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기별 낙폭으로 역대 최대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7.4%)를 크게 밑돌았다. 작년 2분기 대비로는 12.6% 하락했다. 싱가포르 GDP는 1분기에 -3.3% 감소한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줄었다. 경제학자들은 통상 GDP가 두 분기 연속 줄어들면 경기 침체로 분류한다. 싱가포르가 경기 침체를 겪은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상공부는 2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면서 3월 말 시작한 경제활동 봉쇄를 연장한 것이 결정적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선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중심으로 4월 말부터 보름 가까이 하루 1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당초 5월 4일로 예정했던 봉쇄 해제를 4주 뒤인 6월 1일로 연장했다. 일부 필수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장은 폐쇄됐고 강제 원격근무가 시행됐다. 학교도 문을 닫았다.
외국인 근로자 이탈과 사업장 폐쇄가 겹치면서 2분기 건설업 창출 부가가치는 95.6%나 급감했다. 항공 여행 등 서비스업은 37.7%, 제조업은 23.1%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 -40.5%에 이어 5월에는 1986년 통계 집계 이후 최악인 -52.1%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는 지난 10일 치러진 총선에도 직접적 영향을 줬다. 1965년 건국 이후 계속 집권해온 인민행동당이 93석 중 83석을 차지하며 승리하긴 했으나, 의석 점유율은 89.2%로 역대 17차례 총선 가운데 처음으로 90% 아래로 내려갔다. 야당인 노동자당은 역대 가장 많은 10석을 차지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중 갈등으로 홍콩에서 이탈하는 기업과 자금을 잡으려는 싱가포르의 전략이 기로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는 에너지, 바이오, 물류, 소프트웨어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유망 기업을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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