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의 공식적인 발언을 차관이 12시간 만에 뒤집는 일이 발생했다. 부동산 대책을 두고 정부 내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얘기다.
홍 부총리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밝혔다. 그러나 15일 박 차관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집을 짓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라며 이를 뒤집었다. 주택공급에 대한 정부의 입장차를 확연히 보여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고려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현재 1차적으로 5~6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과제들에 대한 검토가 끝나고 나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다면 이런 접근 역시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현재 도심 고밀도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주택 공급 등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7월 말에는 공급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7·10대책에서 빠진 공급대책을 조만간 내놓는다는 의미도 보인다. 더불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까지 얘기했던 터라 서울시의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쪽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날 아침에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박 차관은 홍 부총리의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아직까지 (해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착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집을 짓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입장"이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논의가 가능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지금으로서는 신중하게 봐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린벨트는 녹지 보전 역할도 하지만 도시 외연이 확장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그린벨트가 훼손된 지역(3급 이하)도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아파트는) 실수요자가 필요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한 공급물량은 부족하지 않다"며 "국토부는 이미 수도권 5개 신도시 등 30만호, 용산 철도정비창등 서울 7만호(5·6대책) 등 추가 공급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 수도권을 포함해서 약 77만 호의 집을 지을 땅이 확보가 돼 있고, 올해 입주 예정 물량만 아파트가 5만3000호로 최근 10년치 중 가장 많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4기 신도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단지 언론의 관측일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정책의 기조, 목적, 원칙은 흔들림없이 가져가되 시장 상황에 따라서 유발되는 그런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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