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분기부터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내년은 어둡게 보고 있습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사진)은 15일 서울 도산대로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리더가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더 큰 위기’라는 얘기다. 그는 “성장을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해도 모자랄 위중한 시기에 예정된 투자 말고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내년부터는 암울한 경영환경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은 그 근거로 코로나19 이후 강화되는 ‘자국 우선주의’를 꼽았다. 각국 정부가 관세율을 올리거나 주요 시장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되면 수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인 삼성전자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근거는 ‘기술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가 노력하더라도 기술의 변화는 예측이 쉽지 않다”며 “경험하지 못 하던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느끼는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세계적인 석학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발탁한 것을 사례로 들며 “메가 트렌드를 읽고 CEO들보다 넓게 보는 게 삼성의 리더십”이라며 “리더가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총수의 판단이 불필요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김 사장은 수십 개 버튼을 없애고 핵심기능 몇 개만 추린 삼성 가전제품의 리모컨이 탄생한 것과 LED TV가 2009년 히트친 것도 이 부회장의 조언과 지시가 발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1년 전 ‘프로젝트 프리즘’을 발표하며 ‘소비자 취향을 존중하는 가전’ 시대를 연 것에 대해선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 영향으로 올 상반기 냉장고 매출이 30% 증가했다”며 “앞으로 생활가전뿐만 아니라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도 ‘가전을 나답게’란 슬로건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 와인·맥주용 소형 냉장고 ‘큐브’를 출시할 계획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근무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주요 이슈’로 꼽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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