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형마트 백화점은 고전했다. 편의점은 달랐다. 언제나 무엇이든 살 수 있는 편의점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잠깐 들러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에서 과일과 채소를 샀고, 술집 대신 안주를 배달시켰다. 일상생활에 가장 밀착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 한발 더 진화했다는 평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 강남동원점은 그중에서도 가장 진화한 ‘미래형 편의점’으로 꼽힌다. 24시간 배달, 옷 세탁, 전동 킥보드 충전은 물론 반려동물 긴급 건강 검진 관련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매장 안 복도엔 검은색 킥보드 배터리 충전기가 놓여 있었다. 방전된 킥보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GS25 관계자는 “세탁과 전동 킥보드 충전 서비스 모두 GS25 강남동원점에서 처음 시도했다”며 “반응이 좋아 전국 점포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동원점은 GS25 미래형 서비스의 테스트베드(시험장)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두세 달 전 이곳에 도입해 반응을 살핀다. 낮에는 오피스 상권, 오후 6시부터 밤까지는 주택가 상권, 야간은 회식을 한 사람들이 들르는 ‘복합 상권’으로 다양한 유형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도입한 ‘카카오톡 24시간 배달 서비스’도 인기다. 카카오톡의 ‘주문하기’ 서비스를 통해 가정간편식(HMR)과 음료 등을 언제든 배달시킬 수 있다. 이 서비스를 도입한 곳은 GS25 점포 1만4000여 곳 중 3곳에 불과하다.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와 티포트 등 생활밀착형 제품도 판다. 이준희 GS25 강남동원점장은 “코로나19 탓에 대형마트는 가기 무섭고 온라인 쇼핑은 불안하다는 고객들이 먼저 소형 가전을 판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에는 없는 의료기기도 판매한다. 여성용 자궁경부암 검사 키트와 반려동물 질병 체외 검사 키트 등을 살 수 있다. 강남동원점은 이를 위해 동물병원 등이 주로 하는 ‘동물용 의료기기 판매·임대업 신고’도 했다.
매장 한 면을 냉장 매대로 채우고 도시락과 삼각김밥, 샐러드 등을 빼곡히 담았다. 삼각김밥 종류만 20개가 넘는다. 냉동식품은 아이스크림 보관 매대처럼 꾸며 소비자들이 한눈에 제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함박스테이크 등 HMR 이외에 1인분 삼겹살 등 축산품도 판매한다. 매장 입구에는 바나나와 옥수수, 고구마 등 과일과 채소를 진열했다.
치킨 전문점처럼 박스에 담은 치킨, 직접 구운 고구마도 곳곳에 놓았다. 매장에서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최대 10명까지 수용하는 시식 공간을 마련했다. 기자가 매장을 돌아본 약 1시간 동안 샐러드와 도시락은 쉴 새 없이 팔렸다.
GS25에 따르면 강남동원점은 도시락과 김밥, 샐러드 등 즉석식품 120여 종, 냉장·냉동 HMR 100여 종, 마카롱 등 디저트 35종, 농수산물 3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다. 강남동원점의 HMR과 샐러드 상품의 최근 3개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5.2%, 54.9% 증가했다. 디저트 매출도 46.9% 늘었다.
홍광기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 직영팀 팀장은 “편의점이 대형마트는 물론 식당, 약국, 은행, 세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모든 소비자의 일상에 필요한 장소가 되는 것이 GS25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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