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얘기할 때 늘 등장하는 비유가 ‘거위 깃털 뽑기’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재무장관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바람직한 조세원칙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급격하게 세율을 높이거나 세목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조세개편안 설명 때 이 비유를 인용했다가 ‘성난 거위’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털 뽑힌 거위들의 심정을 청와대는 아는가”라며 조 수석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성난 거위’들의 아우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법인세 최고 구간은 22%에서 25%로 올랐고, 기존의 세금공제 혜택들은 하나둘 줄었다. 정부가 전면 폐지하기로 했던 증권거래세는 세율을 찔끔 내리는 선에서 계속 걷기로 했다. 여기에다 2023년부터 2000만원 이상 주식 양도차익에 20%의 양도세까지 부과한다. 이에 ‘동학개미’들이 “이중과세”라며 들고 일어났다.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조세저항 국민운동’까지 불렀다. 취득세 양도세 보유세가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면서 “집을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말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14.7% 올라 재산세 부담만 1년 새 평균 22% 늘었다.
여당은 “주택 보유 자체가 고통이 되게 하겠다”며 1주택 비과세 혜택까지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린다’는 최소한의 원칙마저 무너졌다.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정부의 조급증을 이해하려고 해도 지금 같은 규제와 징벌적 세금 일변도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납세자들은 ‘거위 깃털을 뽑는 게 아니라 거위의 목을 조르는 것 같다’는 위협을 느끼는 순간 돌아서서 정권의 목을 죄게 된다. 노무현 정부도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과 맞섰다가 다음 대선에서 참패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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