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제조합성 기술 개발…대만 기업과 '신발용 섬유' 상용화

입력 2020-07-15 18:16   수정 2020-07-16 02:33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평면 형태의 고분자 나노물질이다. 그래핀의 두께는 0.2~0.3㎚로 작지만 강철보다 100배 강한 강도와 구리에 비해 100배 이상 빠른 전자 이동속도 등 다양한 장점을 보유해 ‘꿈의 신소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g당 가격이 최고 15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데다 가공도 까다로워 상용화가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다.

경기 화성의 소재 전문기업 넥스젠그래핀폴리머스는 ‘그래핀폴리머’라는 고분자 합성소재를 개발해 그래핀의 이런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그래핀폴리머란 극미량의 그래핀을 플라스틱 수지 등 각종 폴리머와 물리적으로 혼합해 만든 합성소재다. 그래핀의 우수한 소재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압출 및 사출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넥스젠은 미국 플라스틱 재생업체 A1그린테크와 협업해 폐플라스틱 재생 공정 기술을 적용한 그래핀폴리머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함유량 0.001~0.1%의 그래핀이 폴리머에 골고루 분산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최진영 넥스젠 대표(사진)는 10명의 연구진과 함께 다년간 수백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그래핀폴리머 제조합성 기술을 개발해 미국과 국내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최 대표는 정형외과용 깁스 소재 국내 1위 기업인 비엘테크 부사장도 맡고 있는 고분자 분산 및 합성기술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탄소섬유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일부 첨단산업, 전자제품 제조업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했다”며 “재생 플라스틱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나노기술을 그래핀에 적용해 첨단소재인 그래핀을 실생활에 접목하는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넥스젠은 지난 5월 안경 프랜차이즈 업체 상상과 협업해 제작한 ‘그래핀폴리머 안경테’를 출시했다. 이달에는 세계 나이키·아디다스 신발용 섬유의 90%를 공급하는 대만 난양그룹과 공동으로 그래핀 원사 개발에 성공하고, 그래핀 원단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넥스젠은 하반기 ‘그래핀 화장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원적외선을 방사하는 그래핀의 성질을 활용해 피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자외선(UV) 차단 기능도 제공하는 화장품이다. 나노 단위 크기의 그래핀 입자를 피부 세포로 침투시켜 유효물질을 공급하는 기능도 한다.

최 대표는 증가하는 그래핀폴리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하반기 제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다양한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협업 등을 통해 그래핀폴리머 소재 상품 다각화에 힘쓸 방침이다. 그는 “선진국보다 월등히 앞선 그래핀 기술력으로 우리나라가 첨단소재 강국이 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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