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고려 시 희망 대상지역에서 부산이 경남에 선호도 뒤져
리쇼어링 최대 걸림돌은 고임금과 고용환경 악화
부산과 울산,경남지역의 제조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현 상황에서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그쳤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16일 ‘부울경 제조업 리쇼어링 수요 및 의견 조사결과’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대상은 부?울?경에서 해외에 생산법인을 보유한 120개 제조기업이다.
해외 생산거점을 가지고 있는 부울경의 제조기업 대다수는 저임금과 현지시장 공략이 해외진출의 주된 목적이었다. 전체 응답업체의 44.2%가 저임금활용을, 39.2%는 현지시장 공략을 진출 사유로 들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목적으로는 ‘원청업체 동반진출’ 5.8%, ‘원자재수급’ 4.2% 등의 순이었다.
진출국가는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33.9%, 30.6%로 가장 많았고, 미국 5.9%, 인도네시아 4.8%, 인도 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업 전체의 해외 현지 고용규모는 약 10만 명 수준이었다. 이들의 임금 수준은 국내 인건비 대비 평균 45.3%로 나타났다.
리쇼어링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조사기업의 82.5%가 리쇼어링을 공급망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긍정적 평가 의견을 낸 기업은 17.5%에 그쳤다. 현 상황에서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2%에 불과했고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전체의 76.7%로 가장 많았다.
오히려 응답기업의 7.5%는 현지 투자규모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11.7%의 기업은 제3국 신규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해 리쇼어링에 대한 기대보다는 제조기업의 해외생산 비중 확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리쇼어링을 전제로 한 희망 지역을 물은 결과, 응답기업의 70%는 본사 소재지가 있는 곳을 선택했다. 반면, 30%는 본사 소재지가 아닌 곳을 선택했고, 이중 6.7%는 수도권을 고려해 리쇼어링이 오히려 지역의 경제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턴 대상지역으로서 부산의 경쟁력은 경남에 뒤졌다. 경남 소재 기업 중 75%가 경남으로 돌아오겠다고 응답한 반면, 부산 기업은 66.7%로 경남보다 낮게 나왔다. 부산 기업 중 경남으로 유턴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6.7%인데 반해 경남 소재 기업 중 부산 유턴을 고려하겠다고 한 기업은 이보다 낮은 9.6%였다. 유턴을 고려할 때 부산 기업 중 10%가 수도권을 염두에 둔데 반해 경남 기업은 이보다 훨씬 낮은 3.8%에 그쳤다.
기업들 유턴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산단 등 산업 인프라였다. 전체 응답 업체의 38.3% 이를 지적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고려 사항으로는 ‘항만?공항 등의 물류인프라’ 19.2%, ‘우수한 생산?기술인력 확보’ 17.5%, ‘본사 소재지’ 10.8%, ‘각종 정책지원’ 10.0%, ‘연관 산업 발달’ 4.2% 등의 순을 보였다.
지역 제조기업의 리쇼어링 최대 걸림돌은 국내 고임금과 고용환경 악화에 대한 부담이었다. 조사 기업의 34.2%가 이를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는 지역 제조 기업 대다수가 저임금 활용과 현지 시장 공략을 해외진출의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 고용환경 부담이 커져가고 있는 국내 경영환경에 대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과 지역 제조기업의 해외진출 목적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지역 기업의 자발적 리쇼어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각종 고용제도 개선과 다양한 정책지원 혜택을 늘린다면, 리쇼어링을 통해 지역적?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상생형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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