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혈액 한 방울만 있으면 한 시간 내로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올인원’ 분자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진단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 분자진단기술은 정확도는 높지만 진단까지 6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혈액에서 유전자를 분리하고 증폭, 측정하는 등 여러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민곤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교수팀은 이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임신진단키트와 유사한 막대 종이 형태로, 연구진이 그간 연구한 랩온페이퍼 기술을 활용했다. 랩온페이퍼는 종이와 같은 고분자 물질을 여러 개 겹쳐 무동력으로 액체가 흐를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 기술이다.
혈액 한 방울과 버퍼용액을 주입하면 랩온페이퍼의 구조적인 원리와 고분자 물질에 묻어있는 시약에 의해 바이러스의 RNA가 한 곳에 모인다. 이후 농축된 RNA는 고리매개등온증폭법(LAMP) 기술로 증폭된다. 고리매개등온증폭법은 바이러스 유전자 끝이 고리가 되게 만들어 여러 개로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현재 코로나19 감염진단에 사용하는 실시간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은 60~90도까지 온도를 여러 번 변경해야한다. 고리매개등온증폭법은 60도로만 유지하면 돼 필요한 장비가 적고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개발된 분자진단키트는 모기매개 바이러스 3종(지카, 뎅기, 치쿤구니아)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한 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김민곤 교수는 “올인원 분자진단키트는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약만 있으면 언제든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후속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인플루엔자 A형, B형 등 3종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코로나19의 감염 진단이 가능한 시제품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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