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6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정치권에서 불거진 ‘피해 호소인’과 ‘피해자’ 명칭 사용 논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여성 의원들 그리고 정의당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 호소인’이라 칭한 뒤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정치권이 피해자를 지칭하는 방식은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이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는 민주당 21대 총선 영입 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지난 1월 ‘미투’ 폭로 가해자로 지목되며 지도부의 공식 발언에서 처음 등장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당시 “피해 호소인의 용기를 지지하고 젠더 폭력 문제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4월 총선 직후 터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는 이 대표가 나서 ‘피해자’라는 용어를 명확히 사용했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때도 추미애 당시 대표가 ‘피해자’와 국민에게 당대표로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 명칭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느냐 부인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성폭력범죄처벌법 등 성폭력 범죄를 규정하는 대한민국 법에서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 있는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 전 시장과 안 전 지사는 의혹이 터진 직후 자신의 잘못을 즉각 시인했다. 원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당을 박차고 나갔다. 박 시장은 사실관계를 가리기 전에 사망해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민주당도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지난 14일 박 시장 사건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부에서도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피해 호소인’을 고집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에게 사과하던 그날조차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다.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며 “이 사안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진정 피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겠다면 혐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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