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 등 전세 시장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임대차보호 3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55주 연속 상승했다. 전세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반전세와 월세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이달 둘째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이 전주 대비 0.13%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첫째주 이후 줄곧 오름세로, 전주(0.10%)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올 1월 첫째주(0.15%)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강남권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새 아파트가 많은 고덕이 속한 강동구는 0.30%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송파구 0.26%, 강남구 0.24%, 서초구 0.21% 등의 순이었다.
지난달 말 7억9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는 현재 호가가 10억원으로 치솟았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이달 초 10억3000만원에 전세가 나갔지만 현재 호가는 11억50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뛰었다.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 3법의 국회 통과를 앞둔 데다 재건축 2년 거주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전세·월세까지 귀해졌다.
서울 전셋값 55주 연속 올라
‘6·17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건축 단지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특히 당정이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를 공언하면서 집주인들이 미리 전월세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집주인들은 7·10 대책으로 크게 늘어난 보유세 부담까지 전월세 가격에 전가하고 있다.
강동구도 이달 들어 수억원씩 전셋값이 올랐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형은 지난달 말 7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현재 호가는 2억원 오른 10억원에 이른다.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는 지난달 말 6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8억원에도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 고덕동 G중개업소 대표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총 3658가구인데 전세 매물은 10개 안팎”이라며 “가을 이사철이 되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에선 신축 아파트가 많은 마포구와 성동구가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전용 114㎡ 저층(3층) 전세가 지난 13일 12억원에 계약됐다. 지난 5월 같은 평수 저층(4층) 매물이 10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1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최근 호가는 12억5000만원에서 13억원에 달한다.
반전세·월세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현동 A공인 대표는 “한 집주인은 늘어나는 세 부담을 월세로 돌려받기 위해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 전세를 보증금 4억2000만원에 월세 60만원 반전세로 전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최근 보증금 7억원에 월세 110만원짜리 반전세 매물이 나왔다. 이달 초 실거래가는 보증금 6억원에 월세 80만원 수준이었다.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반전세 거래는 4월 0건에서 5월 3건, 6월 5건으로 매달 증가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세법과 임대차 3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임대차 3법은 (법개정 전에 체결된) 기존 계약에도 적용하겠다”며 소급적용 의지를 강조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전월세상한제를 계약 갱신 때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3법을 소급적용한다고 하니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이사 비용을 줄 테니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집주인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와 매매가 상승으로 당장 집을 살 수 없는 실수요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전월세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전환이 늘어나는 건 기존 세입자가 급등한 전셋값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전세자금대출까지 막아 집을 살 수도 없고 이래저래 세입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난을 해결할 입주물량도 부족하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입주물량은 올해 4만1000가구에서 내년 2만4000가구로 줄어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아파트 멸실 등으로 전세 공급이 더 줄어들게 돼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장현주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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