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스튜어트 로스는 《모든 것의 처음》에서 현대 문명이 향유하는 도구와 사물들의 시초를 에피소드를 곁들여 재미있게 소개한다. 의식주를 비롯해 과학과 문화, 스포츠 등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 순간을 백과사전처럼 일곱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저자는 “인류가 이뤄낸 역사적인 성과를 제자리에 올려놓으려 했다”며 “서구에서 발명된 현대기기보다 이집트, 중동, 중국 등 고대 문명에서 이룬 성과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고대 인류가 진화한 계기로 ‘요리의 발견’을 꼽는다. 기원전 10만 년 전 인류가 불을 활용한 요리를 시작하며 두뇌 용량이 커졌다는 ‘요리가설’을 인용해 화덕, 화로, 가스레인지 등 조리도구의 발전사를 소개한다. 그는 “요리를 발견한 덕분에 섭취시간이 단축돼 사냥이나 채집 시간이 늘어났다”며 “두뇌 발달에 좋은 음식을 찾기 수월해져서 용량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도구뿐 아니라 현대 문명에 주요 이론이 탄생한 배경도 책에 담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물류 관리’. 저자는 처음 물류관리를 시도한 전문가로 고대 로마 군단을 이끌던 장교를 지목한다. 그는 “당시 로마인들이 인력, 식량, 무기를 공급하는 장교들을 가리켜 부르던 라틴어가 지금의 ‘로지스틱스’”라며 “물류 관리는 1910년 대량 생산과 함께 대두됐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이론”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대시대 발명품 중 많은 것은 수천 년 전 조상들이 선보인 것들을 재발명하거나 개량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