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노출된 임신부가 저체중인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출생 당시 체중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저소득층 아이들이 관련 위험에 더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9일 '대기 온도와 신생아 체중과의 관계를 통해 살펴본 자연재해의 불평등'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대기 온도 변화로 인한 폭염을 자연재해로 규정했다. 그리고 임신부가 임신 기간에 고온(일별 평균 온도가 30도)에 노출된 일수와 신생아 체중 사이의 관계를 살펴봤다. 신생아의 체중은 장기적으로 개인의 건강 수준 및 인적자본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다.
그는 2008년 4월부터 7월 사이에 출생한 신생아를 추적 조사한 한국아동패널자료와 2008년 이후 시작한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임신부가 임신 기간 중 하루평균 온도가 30도가 넘는 고온에 노출된 일수가 늘어날수록 저체중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임신 4~6개월 사이에 대기 온도와 신생아 체중 간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이런 경향은 소득 상위 75% 가구에 비해 소득 하위 25% 가구에서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
비용 문제로 에어컨 등 냉방기구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저소득층이 폭염 상황에 더 심각하게 노출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 연구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도 간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나 스페인 독감과 같은 사회재난, 태풍 홍수 산불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한 시점에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된 후 교육 건강 소득 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았다는 선행 연구가 있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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