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예측과는 정반대다. 화웨이 제재 이후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위상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SMIC 등 자국 업체를 집중 지원하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TSMC는 미국 기업들과 더 끈끈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TSMC의 2분기 이익이 급증한 배경이다.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A14’ 생산 물량을 TSMC의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에 몰아준 것이 대표 사례다.
TSMC는 화웨이엔 더 이상 미련을 안 두고 있다. TSMC는 최근 “화웨이와 거래관계를 끊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 TSMC를 집중 조명하며 “화웨이 제재를 이겨내고 누가 ‘진정한 왕’인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만에 본사를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미디어텍도 화웨이 제재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스마트폰용 AP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기준 20%로 퀄컴(40%)에 이어 세계 2위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하고 TSMC가 생산한 AP를 스마트폰에 주로 썼다. TSMC와의 관계가 끊기자 대안으로 찾은 게 미디어텍의 AP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TSMC 간 거래는 규제했지만 미디어텍 같은 제3의 업체 제품을 화웨이가 사서 쓰는 건 막지 않았다. 미디어텍 매출은 증가 추세다. 지난 5월 217억대만달러였던 매출이 지난달 252억대만달러로 16.0% 급증했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최근 “화웨이의 발주 덕분에 미디어텍의 올해 제품 출하량이 300%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응 전략 때문에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못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사업) 2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조325억원으로 1분기(4조3562억원)보다 7.4% 적다. 최근 중국 정부가 SMIC 등 자국 반도체 업체에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면서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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