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타이거 우즈 관전법

입력 2020-07-19 18:36   수정 2020-07-20 00:15

요즘 골프로 주목받는 미국인 두 명을 꼽는다면, 도널드 트럼프와 타이거 우즈다. 닮은 구석이라곤 없을 듯한 이들은 골프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는 이유로 자주 묶인다. 오는 11월 두 개의 도전을 동시에 맞닥뜨린다는 점도 흥미롭다.

골프장 17개를 소유한 부자 트럼프는 우즈보다 더 많이 골프를 친다는 말을 듣는다. 코로나19로 미국인 사망자가 13만 명을 넘어선 지난 5월에도 골프장을 찾았고, 주한미군 감축 옵션 보고를 받은 직후인 이달 18일에도 라운딩을 즐겼다. CNN은 그가 취임 이후부터 최근까지 3년 반 동안 276번 골프장을 찾았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가 나보다 골프를 더 많이 쳤다”고 주장한 2015년이나, “미국 시민들을 돌보느라 골프 칠 시간조차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2016년이나 정직과는 거리가 먼 그의 발언록은 차고 넘친다. CNN 확인 결과 오바마는 트럼프와 같은 재임 기간 98회 골프를 쳤다. 이 기간 우즈는 34회 대회에 나갔다. 연습라운드와 프로암 등을 포함해 주당 6라운드로 환산해도, 트럼프의 276회에는 한참 못 미치는 횟수다. 그러고도 ‘언론의 가짜뉴스’라고 역정을 내는 게 트럼프다.
'커맨더 인 치트'의 숙제
제 돈 내고 남는 시간에 골프를 즐기는 건 미국인들의 일상이다. 원칙과 정직을 절대가치로 여기는 골프계에서 “제발 골프 망신시키지 말길” 바라는 인물로 트럼프를 꼽는 이유는 라운드 횟수가 아니다. 미국 언론인 릭 라일리는 저서 《커맨더 인 치트(commander in cheat)》에서 “밥 먹듯 알까기를 하고, 스코어를 조작하는 속임수의 달인이 트럼프”라고 꼬집었다. 러프나 해저드 위에 떨어진 공을 자주 발로 차 페어웨이로 올려놓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펠레’다. ‘크리커’라는 와튼스쿨 골프 모임에서 트럼프와 라운드를 즐겼던 밥 스틸의 증언이다. “동반자가 몰래 트럼프가 티샷한 공을 주워 호주머니에 숨겨놨는데,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가 자기의 공을 찾았다고 외쳤다. 내가 그에게서 배운 건 ‘들키지 않은 부정은 부정이 아니다’였다.”

골프를 자신의 가치에 끼워 맞춘 것이니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따로 없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만들자며 “4년 더”를 외치는 그의 도전은 오는 11월 심판받는다. 고지가 다가올수록 추락하는 지지율이 그의 앞에 놓인 숙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전
코로나19로 5개월간 멈춰 섰던 우즈의 도전도 다시 시작이다. PGA투어 역대 최다승(82승)과 메이저 최다승(18승)을 넘어 ‘커맨더 인 골프’가 되는 일이다. 그가 이룬 성취는 이미 눈부시다. 그는 1996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승을 거둔 이후 23년 만인 지난해 일본 조조챔피언십에서 통산 82승(메이저 15승)을 올렸다. 승률은 22.8%. 우즈 외에 역사상 20% 이상 승률을 올린 이는 21.3%를 기록한 벤 호건(1921~1997)이 유일하다.

미 대선이 있는 11월은 마침 우즈가 화려한 부활을 알린 마스터스가 열리는 때다. 코로나19로 7개월이나 연기됐지만 그는 올해 최고의 이벤트로 마스터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와 다른 건 고지에 다가갈수록 뜨거워지는 인기다. 부침이 심한 골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삶의 부침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골프의 가치에 자신을 기꺼이 끼워 맞춘 그는 성추문과 여론의 비난을 받아들였고, 네 번의 허리 수술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던 좌절을 인내와 희망으로 견뎠다. ‘인간적인’ 그의 변화에 팬들의 지지는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우즈는 사생활로 흔들렸지만 원칙과 실력으로 새 역사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도전을 응원한다.

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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