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액티브 주식형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은 2015년 13.43%의 수익을 올렸다. 이 펀드의 벤치마크인 코스피200TR 지수가 4% 오르는 동안 9%포인트 이상의 초과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후 신영밸류고배당은 매해 시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요동쳤다. 2015년 말 가입자가 신영밸류고배당의 단기성과에 주목하고 100만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약 4년 반 뒤인 지난 6일을 기준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8.26%다.
이처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도 하나의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펀드가 사실상 전적으로 은행 및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부문 대표는 “판매사에서는 대부분 ‘앞으로 잘할 펀드’보다 ‘지금 잘하고 있는 펀드’를 원한다”며 “결국 자산운용업계는 전략적으로 육성할 펀드를 선택하기보다는 판매사 입맛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펀드 판매사들의 계열사 펀드 선호 및 고보수 펀드 선호도 문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 판매사들이 같은 구조의 상품이라면 같은 금융그룹 내 자산운용사 상품이나 조금이라도 판매보수가 높은 상품을 선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발간된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판매양상의 특징 및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1월까지 계열사 펀드에는 비계열사펀드보다 월평균 4억6000만원가량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또한 판매보수가 높을수록 자금순유입액 증가 규모가 컸다. 판매사들이 같은 계열사 펀드일수록, 판매보수가 높은 펀드일수록 열심히 팔았다는 것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판매사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계열사펀드 여부와 높은 판매보수율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자금흐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며 “그런데 이런 고보수 계열사 펀드의 미래성과는 다른 펀드보다 오히려 저조해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2009년 이후 판매잔액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공모펀드 투자기피 현상이 단순히 펀드 성과 부진을 넘어 판매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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