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우려…건설·금융사 회사채 '외면'

입력 2020-07-19 17:37   수정 2020-07-2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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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와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가 기관투자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지원책으로 우량 회사채는 숨통이 트였지만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는 팔리지 않고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가 떠안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19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채권 물량은 총 1조301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17개 기업이 당초 목표로 잡은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완판’에 실패한 기업 중 12곳의 신용등급이 ‘AA-’ 미만이었을 정도로 비우량 회사채가 특히 외면받고 있다.

업종별로는 건설과 금융 부문에서 미매각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화건설, GS건설, KCC,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수요예측(기관투자가 사전청약)에서 목표금액에 미달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영구채와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도 기관투자가 주문이 발행량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채시장은 당국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투자 심리가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과 신속인수제, 신용보증기금의 채권담보부증권(P-CBO),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을 매입하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을 줄줄이 내놨다. ‘AA-’등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 발행 여건은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이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여전히 험난한 조달 환경에 놓여 있다. 6~7월에도 7개 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기관들은 재무 상태가 탄탄한 기업이라도 잠재적 불안 요인이 있다면 투자를 꺼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일 3000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했지만 주문액은 110억원에 그쳤다.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금성 자산이 총 차입금보다 많은 무차입 상태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137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할 정도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증권사 채권 인수 여력 약해질 수도
올 들어 회사채 미매각 물량은 이미 2017년 연간 규모(7730억원)를 넘어섰다. 지금 추세면 올해 연간으로 2조원대에 달해 2013년(7조6387억원)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팔리지 않은 채권 물량이 쌓이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투자 수요를 모으기 어려운 회사채 인수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증권사들은 채권 인수 물량을 일시적으로 담아두는 장부 한도가 차면 보유 물량을 처분해야 한다. 회사채 투자 심리가 가라앉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유통시장에서 헐값에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증권사들은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시행된 2012년 팔리지 않은 채권 물량이 급증해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그해 5~7월 발행된 공모 회사채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약 0.6 대 1에 그쳤다. 회사채 인수 업무가 마비될까 우려했던 증권사들은 그해 하반기부터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하락(채권 가격 급등)한 덕분에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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