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백악관 '결단의 책상'

입력 2020-07-19 18:40   수정 2020-07-20 00:16

락토핏 당케어 광고 이미지
난각막NEM 광고 이미지
미국과 영국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1855년, 미국 포경선이 북극해에 떠다니는 영국 배 한 척을 발견했다. 빙산에 갇혔다가 버려진 이 배를 포경선 주인이 제3자에게 팔겠다고 하자 영국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4만달러에 배를 사들여 영국 여왕에게 선물했고, 여왕은 훗날 선박 해체 때 나온 목재로 책상을 만들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1880년 백악관에 도착한 이 책상은 배의 이름을 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으로 불렸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 책상에서 역사적인 결단을 내렸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해상 봉쇄령’, 199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을 이 자리에서 발표했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휠체어를 감추려고 책상 정면에 미국 국장(國章)을 새긴 가림판을 댔다. 국장 속의 독수리는 두 발에 평화의 올리브 가지와 무력의 화살을 각각 쥐고 있다. 그 국가적 상징을 이어받은 대통령들은 전임자나 상대편을 공격할 때도 미국 정신과 전통을 존중했다.

퇴임할 때는 새 대통령에게 주는 편지를 노란 봉투에 넣어 책상 위에 놓았다. 그렇게 좌우 진영을 넘어선 축하와 조언을 주고받았다. 전임 버락 오바마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 편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상을 유난히 자주 사용했다. 2018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에게는 책상을 비벼 가며 자랑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책상을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 소파보다 이 책상에 앉아 참모들과 국사를 논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2018년 참모 5명을 앞에 놓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를 결정하는 순간이나 우여곡절 끝에 북한 대표단을 면담하는 장면도 그랬다. ‘정치는 곧 이미지’라는 마케팅 원리를 누구보다 잘 활용한 셈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지지한 히스패닉계 식품회사의 제품들을 이 책상에 늘어놓은 사진을 올렸다가 국민의 빈축을 샀다. 국가 대사와 관련 없는 상품 홍보 이벤트였다. 똑같은 역사적 유물이라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무게가 달라진다. 정치인의 이중성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스스로 정치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명패를 올려놓고 좌우명으로 삼았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비하면 ‘결단의 책상’이 민망할 지경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