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펀드매니저의 수익률 게임은 유명하다. 승자는 물론 원숭이었다. 그만큼 펀드매니저가 돈을 버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주식형 펀드의 실상은 비참하다. 매니저들이 그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벤치마크 지수인 코스피지수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올해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보다 0.16%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568개 액티브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30%에 그쳤다.
하지만 일부 펀드는 펀드시장 침체에도 투자자들의 돈을 불리고 있다. 각기 다른 전략으로 꾸준히 시장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중소형주, 중국투자, 가치투자 등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펀드의 철학과 원칙을 지킨 성과였다.
장기적으로 한 매니저가 일관된 원칙을 갖고 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주식형 펀드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삼성액티브운용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설정 이후 13년간 민수아 밸류본부장이 운용을 맡고 있다. 시장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성장성과 가치를 겸비한 주식을 찾아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올해 수익률은 14.19%, 2007년 설정 이후로는 수익률 184%를 냈다. 성장가치와 현재가치를 동시에 보는 분석법이 주효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싼 종목’ 가운데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해상 풍력타워 제조사인 씨에스윈드(펀드 내 비중 3.38%),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리노공업(2.81%)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 밖에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코리아리치투게더’도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해 좋은 수익을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적 중국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은 ‘부활 신화’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설정된 차이나솔로몬은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당시 3조원에 달하던 설정액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유출됐다. 차이나솔로몬은 시장의 분노를 수익률로 달랬다. 펀드 설정 이후 14년,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의 누적 수익률은 482%(1호 기준)에 달한다. 올해 27%, 지난 5년 동안 75%의 수익을 내는 등 꾸준한 성과를 올리며 첫해의 오명을 씻어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차이나솔로몬은 중국 장기투자에 유리한 내수소비 업종의 성장주에 주로 투자한다”며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리서치 인력들이 운용을 맡기 때문에 2015~2016년처럼 시장이 조정받을 때도 뛰어난 방어 능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벤치마크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라고 반드시 담는 것은 액티브 펀드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액티브 펀드는 액티브의 야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설지연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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