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가 구글 클라우드 상품을 구매하는 국내 IT기업에 자사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있다는 신고가 공정위에 접수됐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23조를 어겼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 23조에 따르면 ‘부당한 자산·상품 등의 지원 행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부당하게 유인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구글 앱 장터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IT업계 관계자가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코리아는 “관련 내용은 공정위에서 확인하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구글이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무리하게 공략하면서 법 위반 혐의까지 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글로벌 IT기업보다 클라우드사업을 늦게 시작했다.
지난 2월 국내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등 클라우드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클라우드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3427억원에서 2022년 3조7238억원으로 3년 새 58.9%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정위가 본격 조사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2018년부터 구글이 국내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자사 앱 장터에만 게임을 출시할 것을 강요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스마트폰의 구글 앱 선탑재 등 다른 위반 혐의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진 리버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계약을 맺을 경우 공정위가 계약서를 받아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꼼꼼히 살폈지만 지금은 고발 접수 이후에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제시한 혜택으로는 앱 장터 수수료 할인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자사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비중이 가장 큰 한국 게임시장에서 앱 장터 수수료는 게임사에 큰 부담”이라며 “어차피 클라우드를 이용해야 한다면 구글 클라우드를 쓰면서 수수료를 아끼는 방법을 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이런 영업 방식이 통하는 것은 구글이 국내 앱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글의 국내 앱 시장 점유율은 63.4%에 달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3대 게임업체가 지난해 구글에 낸 수수료만 모두 1조원이 넘는다.
구글은 또 플레이스토어의 앱 광고 노출, 게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포인트 무상 제공 등을 미끼로 국내 IT업체들에 클라우드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사용하면 MS365 등 소프트웨어 비용을 할인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국내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한국MS 측은 “총판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MS는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자사 클라우드를 쓰도록 파트너십을 맺는 전략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MS는 2018년 동남아시아 지역 1위 모빌리티 업체인 그랩에 투자하면서 그랩과 클라우드 사용 계약도 맺었다.
반면 구글은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최근 구글이 국내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올 2월 국내에 처음으로 데이터센터까지 지었다”며 “투자한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S도 클라우드를 주력 사업으로 앞세우면서 AWS 따라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MS의 전체 매출에서 클라우드 사업 비중은 지난 1분기에 40%까지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게임 업체들이 주요 고객사다. 2018년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 ‘큰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대일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을 찾을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해외 업체에는 적용이 어려운 공정거래법이 국내 IT기업에만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LG유플러스, 네이버, 카카오 등이 구글과 MS처럼 사업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계열사 LG유플러스의 클라우드를 쓰도록 하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지진 리버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국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 간 공정한 상거래 환경이 기본”이라며 “국내 업체만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공정거래법 조항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