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한국 민간기업 사상 최저금리로 외화채권을 발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전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5년물 3억달러(약 3600억원)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해외 167개 기관투자가가 25억달러(약 2조9900억원)의 매수주문을 넣었다. 전체 주문 중 아시아 기관 물량이 92%를 차지했고 나머지 8%는 유럽중동아프리카(EMEA)에서 들어왔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건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GS칼텍스는 기관들이 치열한 매수경쟁을 벌인 덕분에 한국 민간기업 중 사상 최저금리(5년물 기준)로 외화채권을 발행하게 됐다. 이번 채권 발행금리는 미국 5년 만기 국채보다 1.425%포인트 높은 연 1.694%로 결정됐다. 당초 제시한 희망금리보다도 0.47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직전 최저기록은 2012년 삼성전자아메리카의 연 1.750%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정유업 투자심리가 크게 가라앉아있음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GS칼텍스는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조3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가들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채권발행시장이 다소 안정화된 데 힘입어 대규모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중앙은행(Fed)의 회사채 매입까지 결정하는 등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있다.
GS칼텍스가 흥행 속에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다른 민간기업들의 자금 조달여건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달 말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여러 민간기업이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후 한동안 한국에선 공기업이나 은행 등 신용도가 높은 곳만 외화채권을 발행했다”며 “GS칼텍스가 성공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면서 이제는 BBB급 민간기업들도 외화 조달에 나설만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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