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420.43달러에 마감했다. 연초 235.30달러였던 엔비디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지난 3월16일 196.40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폭락 직전 고점(2월19일 314.70달러)은 이미 넘어섰고, 4월 중순부터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이대로라면 엔비디아 시총이 조만간 삼성전자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시총은 이날 2585억6000만달러(약 310조2720억원)를 기록해 삼성전자(330조1290억원)의 94.0% 수준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최근 한달간 1조45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주가는 6.35% 오르는데 그쳤다. TSMC는 아직 엔비디아보다 시총이 20% 이상 크지만 주가가 한달간 8.16% 하락하는 등 흐름이 나쁘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상승하는 건 이 기업이 만드는 GPU 반도체가 최근 주목 받는 데이터센터, 게임,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산업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GPU 수요량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GPU 반도체를 위탁 받아 생산하지만, 이 반도체를 스스로 설계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GPU 반도체는 하나의 데이터를 여러 경로로 복합 처리하는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주로 쓰인다"며 "이 때문에 최근 데이터센터 등 비대면 사회 인프라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도 자유롭다"며 "최근 대부분 기업이 실적 부진을 기록하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오히려 개선되면서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가 최근 삼성전자에서 엔비디아로 반도체 투자 종목을 갈아타고 있는 흐름도 읽힌다. 개인은 최근 한달간 삼성전자를 1조130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도 305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의 엔비디아 보유량은 지난달 19일 2억8036만달러에서 이달 20일 3억7178만달러로 32.6% 늘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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