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모집한 서울시 대학생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경쟁률은 40.7대 1로 최근 4년간 가장 높았다. 이번 대규모 인턴 채용도 정부가 좋은 조건을 내세웠지만 청년들에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판 뉴딜 사업의 핵심 과제인 데이터댐 구축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4개월짜리 ‘단순 아르바이트’일 뿐이라는 게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시각이다.
수도권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전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내놓은 정부 대책이 고작 세금으로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찍어내는 것이라니 속이 상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명문 사립대 졸업을 앞둔 또 다른 취업준비생도 “취업이 안 돼 속앓이하는 청년들을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취업률을 올리는 수단으로 쓰려는 것 같아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같이 대규모 단기 일자리를 들고나온 배경에는 ‘고용 쇼크’에 가까운 통계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실업률은 4.3%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 역시 10.7%로 6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마저 채용 문을 걸어 잠근 결과다.
행안부는 청년들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문적인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발전공기업 직원 A씨는 “3~4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하고 떠날 학생들에게 중요한 업무를 줄 수 없어 서류정리 등 잡무를 맡기고, 남는 시간은 대부분 자유시간으로 준다”며 “공공기관 인턴은 ‘180만원을 받으며 다니는 독서실’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현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단기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자리를 양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청년인턴사업은 청년수당 지급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낮은 수준의 복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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