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단기 알바' 8000개…청년들 "이게 일자리냐"

입력 2020-07-21 17:31   수정 2020-07-22 00:45

정부가 대규모 청년인턴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혜택을 보게 될 청년들의 반응이 뜨겁지만은 않다. “정부가 세금으로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을 달래고, 취업률을 ‘눈속임’하려고 한다”는 게 일부 취업준비생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인턴사업은 일자리 정책이라기보다 사실상 민심을 얻기 위해 세금을 퍼주는 청년 복지정책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취업률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하나”
행정안전부는 22일부터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십’에 참가할 청년 인턴 8000여 명을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8000여 명을 학력과 전공, 성별, 어학성적 등 자격 제한 없이 선발한다. 이들은 오는 9월부터 4개월여간 전국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주 5일 40시간 근무하게 된다. 급여는 세전 월 180만원가량이다. 출장비와 교통비, 교육비 등도 추가로 지급한다.

지난달 모집한 서울시 대학생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경쟁률은 40.7대 1로 최근 4년간 가장 높았다. 이번 대규모 인턴 채용도 정부가 좋은 조건을 내세웠지만 청년들에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판 뉴딜 사업의 핵심 과제인 데이터댐 구축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4개월짜리 ‘단순 아르바이트’일 뿐이라는 게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시각이다.

수도권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전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내놓은 정부 대책이 고작 세금으로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찍어내는 것이라니 속이 상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명문 사립대 졸업을 앞둔 또 다른 취업준비생도 “취업이 안 돼 속앓이하는 청년들을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취업률을 올리는 수단으로 쓰려는 것 같아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같이 대규모 단기 일자리를 들고나온 배경에는 ‘고용 쇼크’에 가까운 통계가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실업률은 4.3%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 역시 10.7%로 6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마저 채용 문을 걸어 잠근 결과다.
“일자리 아니라 복지 사업”
80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공공데이터 분야에 한정해 인턴으로 뽑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에게 4개월간 월 180만원씩 주려면 최소 576억원이 필요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건비를 비롯해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886억원”이라고 말했다. 한 명을 4개월간 고용하는 데 1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셈이다.

행안부는 청년들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문적인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발전공기업 직원 A씨는 “3~4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하고 떠날 학생들에게 중요한 업무를 줄 수 없어 서류정리 등 잡무를 맡기고, 남는 시간은 대부분 자유시간으로 준다”며 “공공기관 인턴은 ‘180만원을 받으며 다니는 독서실’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현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단기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자리를 양산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청년인턴사업은 청년수당 지급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낮은 수준의 복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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