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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한 곳을 뽑으라면 단연 테슬라가 아닐까 한다. 설립 17년 만에 세계 자동차 회사 중 도요타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전기차의 월등한 성능과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전 세계 다섯 곳에 건설된 기가팩토리의 혁신적 생산효율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도입된 스마트공장은 맞춤형 대량 생산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기술 진보에 따른 생산성의 혁신이 산업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마치 장난감 블록처럼 부품화해 조립하는 방식의 생물학 방법론이다. 생명현상을 DNA 부품과 유전자 회로로 구성된 공학적 결과물로 보기 시작하면서 최첨단 공학기술들이 생물학 기술과 빠르게 융합되기 시작했다.
특히 합성생물학의 표준화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화 로봇이 DNA 합성과 테스트에 활용되면서 유전자 서열에 따른 표현형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로봇으로 이뤄진 자동화 플랫폼을 활용해 생물학 실험 및 공정을 수행하는 것을 ‘바이오파운드리’라고 한다.
바이오파운드리의 선두 기업인 미국의 징코바이오웍스는 기존보다 최대 20배 빠른 속도로 실험을 수행해 의약품과 향료 등을 생산하는 균주를 개발했다. 그 결과 설립된 지 10년 만인 2019년 기업가치 약 4.2조원을 달성했다.
또 다른 합성생물학 기업인 미국의 아미리스(Amyris)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하는 데 10년간 약 18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바이오파운드리를 도입하고 약 2.5분마다 새로운 균주를 만들어내 7년간 15개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합성생물학에 기반한 바이오파운드리는 기존 기술에 비해 20배 이상 빠른 속도를 무기로 바이오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공동설립한 브로드연구소에서 개발한 첼로(cello) 프로그램은 유전자 부품을 마치 전자공학의 논리회로처럼 조합해 최종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유전자 회로도를 만드는 작업인 셈이다.
예측 기술을 이용하면 탐색할 가짓수도 줄여주지만 공장 생산성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1970년대 일본의 도요타는 전사적 품질관리(TQM) 개념을 도입해 생산성을 네 배 이상 향상시켰다. TQM은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의 목표를 품질 향상에 맞춘 경영 방식이다. 복잡한 생명현상을 이용하는 바이오업계에서 TQM 전략을 도입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공학적 결과물을 지향하는 합성생물학이 등장하면서 바이오업계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인 리핀은 데이터, 클라우드,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최상의 품질을 갖는 바이오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그 결과 설립 5년 만에 세계 15대 바이오 회사 중 독일의 바스프, 노보짐 등 8곳과 협력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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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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