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동훈 검사장과의 음성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의혹 반박에 나섰다. "일상적인 환담이며 공모가 절대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한 것이다. 해당 의혹에 연루된 한 검사장은 검찰에 첫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전 기자 측은 22일 음성 파일 녹취록을 공개하며 "공모의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을 들어보면, 그 대화만으로는 공모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과는 개인적인 인연이나 근무연이 없다"며 "일각에서는 검찰총장 및 한동훈 검사장과 '한통속'이라며 마치 내가 검찰과 유착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캐내는 과정에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협박하는 데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공모한 바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혐의 여부를 다투는 대목은 한 검사장이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 차장실에서 만난 이 전 기자에게 "그런 건 해볼 만 하다. 그런 것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 "제가 사실 교도소에도 편지도 썼거든요"라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수사팀은 이 발언을 공모의 증거로 보고 있다. 반면 이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전체 대화에서 협박 수단인 편지의 내용이나 발송 시점, 수사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상의가 없으므로 공모라고 볼 수 없으며 '덕담'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주장한다.
앞서 한 검사장은 "이 기자와 '제보자X'(지모씨) 간 (녹취록) 대화에서 언급되는 내용의 발언을 하거나 취재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저를 끌어들이려는 (지씨의) 계획에 넘어간 이 기자가 제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저는 그 피해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제보자X는 MBC에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로 제보한 지 모씨를 가리킨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는 24일 열리는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심의위는 이철 전 VIK대표가 신청한 것으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당사자들과 수사팀이 한 자리에 모일 전망이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은 이날 이 전 대표가 437억원 규모의 투자사기를 벌였다는 추가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9월까지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투자조합 3개를 운영하면서 투자금 437억36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안효주/양길성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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