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CEO "주주친화 경영과 투자수익에 집중하겠다"

입력 2020-07-22 17:59   수정 2020-07-23 03:55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중 하나로 꼽히는 칼라일그룹의 이규성 공동대표(55·사진)가 명실상부한 ‘넘버 원’ 지위를 굳히게 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형 회사가 한국계 인사에게 단독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긴 것은 처음이다.

칼라일은 2018년부터 이 대표와 함께 공동 CEO를 맡아온 글렌 영킨 대표(53)가 물러나고 앞으로는 이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영킨 대표가 사임함으로써 이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대형 펀드를 홀로 이끌게 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25년간 칼라일에 근무하며 우정과 파트너십을 보여준 영킨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그가 다른 영역에서도 재능을 충분히 발휘해 중요한 업적을 남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칼라일은 앞으로도 주주친화적인 행동을 추구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데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대표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크레딧 및 보험 사업부문은 칼라일에서 최근 수년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1965년 미국 뉴욕주 올버니에서 태어났다. 조직 행동론의 대가였던 고(故) 이학종 연세대 교수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지내기도 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모교인 초트로즈마리홀고등학교를 1982년 졸업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등을 거쳐 1992년 투자은행(IB) 워버그핀커스에 입사했다. 2013년 칼라일그룹의 투자 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한국 ADT캡스 인수(2조1000억원) 등이 그의 작품이다.

칼라일그룹은 KKR,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로 불린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은 2170억달러(약 259조원)다. 본사는 미국 워싱턴DC에 있으며 세계 각국에 32개 사무소를 두고 1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다.

사임한 영킨 대표는 칼라일을 창업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빌 콘웨이, 대니얼 다니엘로 등이 ‘후계자’로 점찍고 오랫동안 키워온 인물이다. 그는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동체와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9월 말까지만 칼라일에서 일하고 이후 부인과 함께 실직자를 돕는 비영리법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업계에서는 한국계 임원이 잇달아 핵심 경영진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 대표를 필두로 KKR의 공동 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조지프 배, 블랙스톤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마이클 채 등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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