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어 소득·주식까지 '稅폭탄'…부자 때리기 '증세 5종세트'

입력 2020-07-22 17:23   수정 2020-07-23 01:04


2020년 세법개정안은 부자 증세가 핵심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높이고,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세금을 매긴다. 지난 ‘7·10 부동산 대책’ 때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인상을 예고한 데 이어 부유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추가됐다. 이 때문에 ‘부자 증세 5종 세트’가 완성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부자 때리기’ 강도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17년엔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이후 잠잠했다. 부자 증세 규모도 2018년 6조2683억원에 이르렀으나 2019년 7882억원, 2020년 1381억원(추정치) 등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올 들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부자 때리기는 징벌적 수준으로 변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고소득자·대기업 세 부담을 1조8760억원 늘리기로 한 것이다.
3년 만에 또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한국은 상위 1% 고소득자가 2018년 기준 전체 소득세(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의 41.6%를 냈다. 캐나다(23.6%) 영국(28.9%) 등 주요국보다 높다. 이런 세 부담 쏠림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경제 활동 위축, 부의 해외 유출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자 증세가 표를 얻을 좋은 수단이라는 유혹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자제해온 이유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이런 기조가 깨졌다. 정부가 2016, 2017년 2년에 걸쳐 소득세 최고세율을 38%에서 42%로 올린 것. 2년 연속 최고세율 인상은 사상 처음이었다. 현 정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과세표준 10억원이 넘는 계층의 세율을 42%에서 45%로 올리기로 했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치면 49.5%다. 소득 절반을 세금으로 내라는 얘기다. 이로써 2011년 35%였던 최고세율은 내년 45%로, 10년 새 10%포인트나 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소득세율이 일곱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된다. 지금은 14위다. 45%의 최고세율은 미국(37%)보다 높고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35.7%)보다 약 10%포인트 높다.

기획재정부는 “증세 대상은 상위 0.05%인 약 1만6000명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거꾸로 말하면 초고소득자의 세 부담 쏠림이 더 심해진다는 얘기다. 초고소득자는 내년 근로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담이 4500억원 늘고, 후년엔 종합소득세가 4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활동 위축 우려”
부자들에 대한 ‘세금 때리기’는 전방위적으로 예고됐다. 그 여파로 중산층의 세 부담도 동시에 증가하게 된다. 당장 9억원 넘는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내는 종부세 세율이 최고 3%로 오른다. “실소유자가 많은 1주택자에 대해선 세율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끝내 외면했다.

주식 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도 세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는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 주식형 펀드 투자로 5000만원 넘게 양도차익을 낸 사람에게 20~25%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김낙회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 부담 편중이 심한 상황에서 불과 3년 만에 또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린 것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자본의 해외 유출과 조세 회피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절차적 정의도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때는 그해 7월 20일 여권에서 처음 증세안을 제기했고, 이후 약 2주간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엔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기습적으로 증세안을 내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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