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행평가·기말고사 초유의 '벼락치기'

입력 2020-07-22 17:31   수정 2020-07-23 03:40


이달 말 수행평가와 기말고사가 몰리면서 고교생의 1학기 내신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사 일정이 촉박한 데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생 간 성적 격차도 크게 벌어져 학생·교사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교생들의 대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대다수 고교가 이번주부터 8월 첫째주 사이 기말고사를 치를 계획이다. 평소라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지만 코로나19로 등교개학이 3월 초에서 5월로 늦춰져 중간·기말고사 일정이 순연됐다.

빠듯해진 학사 일정 탓에 학교에선 수행평가와 기말고사 준비기간이 겹친 상황이다. 이른바 ‘부모 찬스’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말 교육부는 과제형 수행평가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조별 과제, 발표 방식 등으로 수행평가를 치러야 한다. 격일, 격주로 등교하는 고1~2 학생들은 등교일에 수행평가를 몰아서 치를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수행평가 반영비율을 기존 30~40%에서 20%대로 낮췄지만 부담은 여전하다는 게 학생들의 얘기다. 서울의 한 일반고 2학년 A양은 “등교하는 날은 수행평가를 4~5개씩 몰아서 하다 보니 기말시험에 대비하거나 선생님께 질문할 시간조차 없다”며 “EBS 원격수업은 아직 시험 범위까지 다 보지도 못했는데 1학기 내신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격수업을 병행 중인 고1·2 학생들은 개인별 수업 이해도가 너무 달라 등교수업 시 보충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 수학교사인 B씨는 “EBS 영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명목상 진도는 다 나갔어도 학생들의 이해 수준이 예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학생 간 성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기말고사 난이도를 놓고 학교들은 고민에 빠졌다.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수업 등으로 비교적 성적 유지가 잘된 편이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크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치러진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에선 1등급 비율이 8.7%로, 2020학년도 수능 1등급 비율(7.4%)보다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5~9등급도 작년 수능(36%)보다 10.5%포인트 늘어난 46.5%로 집계됐다.

서울 배재고 한국사 교사 C씨는 “중간고사 결과를 보면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뿐만 아니라 사회탐구 등의 영역에서도 학생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시험을 쉽게 출제하자니 변별력이 없어 상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다소 어렵게 내면 중·하위권의 성적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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