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범여권에서조차 ‘부동산 민심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한편 미래통합당 등 야당 일각에서 찬성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국가적 대사이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가 ‘땜질식’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무책임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의 부동산 실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이것을 부동산 정책 수단으로 보면 이전 예정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일부 통합당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 의견을 냈다.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SNS에 “우리 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민주당의 국면 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한다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우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도 “행정수도를 완성하자는 방향성에 동의한다”며 “근본적으로 세종시를 완성하려면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주장을 두고 진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친여 시민단체와 여권 대선주자 사이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이 ‘부동산 민심 전환용’으로 논의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면 전환용일 뿐만 아니라 여권이 충청권 등 지방 표심을 얻고 향후 개헌 명분까지 쌓으려는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인사 일색으로 구성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여권의 전형적인 ‘편 가르기식’ 논란 유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부동산 문제는 정부 실정이 부각되면서 ‘무주택자 대 유주택자’ 간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새로운 편 가르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행정수도 이전 실패가 노 대통령께는 좌절의 시발점이었다”며 “노 대통령의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데 대해 김태년 원내대표와 저의 의지는 일치한다”고 밝혔다. 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전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가 전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2004년의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헌법재판관 구성을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개헌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박 의장이 지난 17일 제헌절 기념식에서 다시 개헌론을 꺼내든 뒤 여권에서는 ‘토지 공개념 도입’ 등 주장까지 나왔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좌절된 사회주의적 개헌을 다시 시도할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호남(68.8%), 대전·세종·충청(66.1%), 부산·울산·경남(59.6%) 등 비수도권의 찬성 의견이 많았다. 수도권인 경기·인천(53.0%)에서도 찬성 의견이 과반이었다. 다만 서울은 찬성이 42.5%, 반대가 45.1%였고 미래통합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도 찬성 46.4%, 반대 45.7%로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황태선 정치평론가는 “세종시가 들어서고 지방에 각종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풀린 보상금이 결국 다시 수도권 부동산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구상 없는 단기 처방은 균형발전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