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무산 이스타항공, 파산 수순…1500명 실직 우려

입력 2020-07-23 17:28   수정 2020-07-24 01:01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항공사 간 첫 인수합병(M&A)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어난 리스크를 뛰어넘지 못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1500여 명 직원의 대규모 실직대란도 우려된다.

제주항공은 23일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 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 등을 포함한 미지급금 1700억원을 해결하지 못해 계약 해제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제주항공의 발표 이후 국토교통부가 추가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막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모기업인 AK홀딩스의 이석주 대표와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은 21일 국토부에 방문해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스타항공은 22일 오후 9시에야 이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제주항공의 주장은 SPA에서 합의한 바와 다르고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제주항공에 있다”며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인수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던 이스타항공 직원 1500여 명은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실직할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른 시일 안에 국내선을 재개해 체불임금 등을 해결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받지 못한 임금은 26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존속가치가 낮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기업회생보다는 파산절차를 밟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중재에 나섰던 국토부는 발을 빼는 모양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지난 2월부터 양사 대표를 오가며 M&A 성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협상이 최종 결렬돼 안타깝다”며 “이스타항공은 플랜B 마련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측이 먼저 플랜 B를 제시해야 직원들의 고용안정 등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도 “현재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두 회사 간의 ‘진흙탕 싸움’은 법정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계약 이행보증금 115억원 반환 소송을, 이스타항공은 계약 이행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이선아/최진석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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