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자산신탁은 지난 21일 스타트업 펀드블록글로벌과 ‘디지털 부동산 간접투자 서비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펀드블록글로벌은 상업용 부동산을 유동화해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 일반인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소를 개발 중인 회사다. 건물주가 건물 가격을 감정받은 뒤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는 형태다. 건물을 상장시키면 소유권은 부동산 신탁회사로 넘어간다. 은행과 신탁회사는 감정가를 바탕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해주고 이를 디지털 플랫폼에 상장시킨다. 개인투자자들도 건물 지분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게 되는 구조다.
펀드블록글로벌은 우리자산신탁 외에 세 곳의 신탁사와 손잡았다. 우리금융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디노랩에 입주해 있으며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펀드블록글로벌 관계자는 “일반 부동산 외에 물류, 스마트팜 등 요즘 각광받는 상업용 부동산 물건을 다수 발굴해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장 진도가 빠른 곳은 카사코리아다. 이 회사 플랫폼은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컨소시엄에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이 들어갔다. 올 하반기 거래소를 열고 서울 도심 오피스빌딩 등 대형 물건을 주로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루센트블록도 이 분야 유망주다. 이 회사 컨소시엄에는 KB부동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 생보신탁, 무궁화신탁, 하나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경남은행, 대구은행이 참여했다. 이 회사는 도심 오피스 빌딩 외에도 공유 주거 빌딩, 지역 프로젝트성 부동산 등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상장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유주거 전문사인 MGRV와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사들이 잇따라 이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은 대안투자시장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매 수요는 여전하지만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거래가 막혀 있다. 저금리로 유동성은 넘쳐난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갈 곳 잃은 돈’이 계속 늘고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거래소가 문을 열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사들의 판단이다. 부동산 거래소 컨소시엄 관계자는 “소액만으로도 부동산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라며 “4대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모두 사업에 뛰어든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소람/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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