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각 질문을 구체적인 자료와 사례, 통계 및 연구 결과를 들어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재벌개혁 주장의 논리적·통계적 오류를 드러낸다. 먼저 미국 월마트와 포드자동차, 독일 폭스바겐, 이탈리아 엑소르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가족경영 대기업 집단과 순환출자 구조가 세계 도처에 있는 보편적인 형태의 지배구조라고 설명한다. 그는 “재벌의 존재와 행태를 한국만의 부조리로 단정하고 무조건 뜯어고치겠다는 것은 경영학에 무지하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반기업 선동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독점과 집중 때문에 혁신형 창업이 불가능하다’는 가설에 대해서도 최근 한국에서 크게 늘고 있는 신흥 부호들의 성공과 활발한 벤처 투자, 한국의 국제 창업가정신 지수 순위(2018년 보고서 기준 2위) 등을 예로 들며 “명백히 틀렸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기업 자산의 집중도와 1인당 국민소득의 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특정 대기업의 자산 집중도가 높은 것과 국민소득은 부(반비례)의 관계가 아니며 기업의 자산 축적도가 높을수록 소득 분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대기업이 경제 불평등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원천이라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비논리적·비과학적 주장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한국의 모든 경제·사회적 문제가 재벌에서 비롯됐고 재벌 개혁과 해체가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외곬 재벌책임론’과 이를 주장하는 ‘재벌저격수’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가속화하는 창조적 파괴와 글로벌화는 경영자들이 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보호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 재벌저격수들은 여전히 미국 대공황 이후 독과점 해체의 시대에서 헤매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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