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민주노총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연 김명환 위원장은 “시대적 요구를 걸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 최종안 승인을 호소했지만 부결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직접 읽어내려간 입장문 행간 곳곳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겸허한 마음으로 (노사정 합의안 부결을) 수용하겠다”,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자영업 △임시직 △고용보험 미가입층 △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하 △20~30대 청년층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을 하나하나 꼽으며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또 “합의안 승인을,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과 발언의 힘을 높여 취약계층·사각지대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실현하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면서 “민주노총 혁신도 제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전날(23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잠정 합의안 승인을 부결했다.
앞선 4월 정부와 경영계에 코로나19 고용위기 관련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노총. 이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는 공식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제쳐놓고 민주노총까지 참여한 별도 교섭 틀을 만들었다.
어렵사리 마련한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 고용 유지’ 골자의 합의안은 민주노총 내부 반발에 부딪쳤다. 민주노총 내 강경파는 이달 1일 노사정 합의안 서명 협약식에 참석하려는 김명환 위원장을 막아섰다. 그러자 김명환 위원장이 거취를 걸고 임시 대의원대회 찬반 투표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좌절됐다.
민주노총의 계파·노선 갈등뿐 아니라 내부 소통 및 절차 문제도 제기됐으나 결과적으로는 민주노총 스스로 합의를 포기하고 ‘투쟁’ 노선을 택한 형국이 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민주노총이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부결해 매우 안타깝다. 어렵게 시작한 노사정 대화가 열매를 맺지 못해 유감”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노조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민주노총이 이러한 시대 변화에 부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래는 민주노총 김명환 지도부 사퇴 입장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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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대적 요구를 걸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활동과 교섭 그리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최종안’ 승인을 호소 드렸지만 부결되었습니다. 온라인 임시 대의원대회 투표를 통해 확인된 대의원 여러분의 뜻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겠습니다.
조합원의 지지 속에 사회적 대화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당선된 김명환 집행부는 임기 중 관련한 사업과 두 번의 사회적 대화 관련 대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미 예고 드린 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책임을 지고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최근 접한 조사기관의 통계에서 코로나19로 얼마나 삶이 궁핍해졌는지를 또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된 지 5개월째인 6월에 응답자의 절반(49.5%)은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자영업, 임시직과 고용보험 미가입층, 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하 계층에서 많았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 또는 내 가족이 해고·휴직·실업 등 고용의 위험에 처하는 것에 대해서는 83%가 걱정된다고 응답했습니다. 고용불안의 직격탄은 20대와 30대의 청년층에서 특히 높았고 임시직 근로자, 개인소득이 낮을수록,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합니다.
저희가 민주노총의 지도부로서 조합원, 각급 대표자 동지들에게 제안 드린 것은 ‘최종안’ 승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것을 디딤돌로 높아진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과 발언의 힘으로 취약계층, 사각지대의 노동자, 국민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자본, 노동의 책임을 다하는 실천으로 코로나19 재난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자 함이었습니다.
나아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운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교섭과 투쟁의 병행, 사회적 대화와 노정교섭 초기업교섭 추진 등 노동운동의 숙원과제를 제대로 실현하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대의 공적 조직인 민주노총 혁신도 함께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민주노총을 100만 조합원이 주인 되는 조직으로,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벗이 되는 진정한 대중조직으로, 나아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그런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의 바램과 실천의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물러나지만 다시 현장의 노동자, 조합원으로 돌아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이제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의 결정으로 ‘최종안’이 부결된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분명한 민주노총의 갈 길을 만들어 가리라 기대합니다. 새로운 집행체계를 중심으로 더 강고한 단결된 투쟁으로 노동자의 생존과 시대적 요구를 쟁취해나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부족한 저희들을 도와 함께 해주신 중앙임원과 중앙사무총국 동지들 고맙습니다. 2년7개월간 부족한 저희들의 집행력을 채워주시고, 민주노총을 이끌어와 주신 각 산별연맹의 위원장님들, 간부 동지들, 지역의 본부장님들과 간부 동지들에 특별히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늘 민주노총에 대한 사랑으로 애정 어린 고언을 해주신 지도위원 선배님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민중, 시민사회 연대 조직의 동지들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어디에 있더라도 민주노총의 단결과 투쟁에 복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7월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 수석부위원장 김경자 / 사무총장 백석근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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