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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원의 번아웃(탈진)을 방지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CNBC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이에 동반한 경기 침체에 지친 직원들의 심신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IT 기업들은 보수에서부터 시간 관리까지 다른 기업들보다 직원들에게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웹캠 등 재택근무 장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재택근무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끊임없는 화상 회의 속에서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져 갔다. 이것이 직원들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강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원격학습 지원 기업인 첵(Chegg)은 지난 4월부터 오후 2시 이후 화상회의를 차단했다. 6월부터는 오는 8월말까지 매주 금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첵은 또 7월에는 전 직원을 1주일씩 돌아가면서 쉬게 했고, 올 가을에 또 1주일 강제 휴가를 줄 계획이다. 헤더 포터 첵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우리는 휴가를 무제한 쓸 수 있는데도 코로나19 시대 이후 외국이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휴가를 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무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서비스나우는 각 팀들이 휴가를 얼마나 잘 보냈는지 경쟁하는 '스테이케이션' 경연대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확산된 FOMO(fear of missing out·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직원들이 제대로 휴가를 가지 않아서다.
각 팀들이 쉬는 날을 정하고, 팀원들이 그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도록 했다. 직원들의 투표로 우수 사례를 뽑아 시상했다.
결재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핑 아이덴티티의 안드레 듀런드 최고경영자(CEO)는 무제한 휴가로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20~30대 직원들이 일과 사생활을 명확하게 구분짓지 않는 것을 우려했다. 핑은 7월17일을 강제 휴일로 정했고, 8월에도 하루를 잡아 전 직원을 쉬게 할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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