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관계자들은 소송절차가 시작되면 기업경영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승소하더라도 ‘잘해야 본전’이라고 말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소송비용은 온전히 기업체의 몫”이라며 “몇 년 동안 변호사비용을 지출하면서 이겨도 그 과정에서 소비자 평판 등 잃는 것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출석할 공판이 줄줄이 있는데 (재판 당사자들이) 누구를 만나거나 업무에 집중력을 발휘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소송도 늘고 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소비자들이 리콜 사태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을 보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에 대해 올해 최종 판결을 내렸다. 2016년 갤럭시노트7을 충전하던 중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수차례 발생하자 삼성전자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전량 리콜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소비자 1800여 명은 회사 측이 하자 있는 제품을 판매해 정신적·시간적 손해를 줬다며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회사 측이 모두 이겼다. 재판부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리콜조치가 적법하게 이뤄졌고 리콜에 응한 구매자들은 교환 또는 환불과 부수적 보상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회사 측이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까지 3년여가 걸렸다.
국가기관과 법리적 쟁점을 다퉈야 하는 행정소송은 기업들을 한층 진 빠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 등에 불복해 제기하는 행정소송은 연 70~8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행정소송은 말 그대로 상대가 ‘슈퍼 갑’인 정부”라며 “다른 시민단체 소송 등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압박도 심해 어려움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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