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또 다른 IPO 악몽’ 롯데케미칼의 타이탄

입력 2020-07-27 15:57   수정 2020-07-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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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7월27일(08:5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LCT)이 이달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 3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룹 관점에선 어느 때보다 침울한 기념일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LCT는 2017년 7월 11일 증시 상장 과정에서 ‘7년만에 가장 큰 아시아 유화업체’ 기업공개(IPO)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는데요. 안타깝게도 당시 공모주를 배정받은 투자자들에겐 떠올리기 싫은 악몽으로 남았습니다. 주가가 상장 첫날부터 하락해 3년 동안 3분의 1토막 난 탓입니다.

말레이시아 증시에 따르면 LCT는 이달 들어 주당 2.1링깃(약 59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상장 당시 공모가액인 6.5링깃의 3분의 1에 못 미칩니다. 시가총액은 48억5000만링깃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5억8000만주(약 1조1000억원)를 공모한 대규모 IPO가 이처럼 단기간에 큰 손실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실적 악화입니다. 상장 직전 해인 2016년 사상 최대인 377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LCT는 작년에 803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1분기에는 383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타이탄의 부진한 주가 성적표는 롯데의 아픈 상처를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2006년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이뤄진 ‘유통 공룡’ 롯데쇼핑의 IPO입니다. 당시 롯데쇼핑은 직원과 청약자들에게 주당 40만원에 주식을 나눠줬는데요. 지금은 10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상장 직후와 2011년 일시적으로 공모가를 소폭 웃돌았지만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탔습니다.

IPO를 둘러싼 롯데의 어두운 기억은 롯데쇼핑뿐만 아닙니다.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는 2016년 5월 IPO를 위해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했는데요. 검찰이 경영진의 비자금 의혹 수사에 들어가면서 돌연 철회해야 했습니다. 공모금액 최소 4조677억원을 제시한 ‘대어’의 등장에 한껏 달아올랐던 시장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시장의 잦은 실망은 롯데에 적지않은 손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렌탈과 코리아세븐(편의점), 롯데컬처웍스(영화관), 롯데로지스틱스(물류),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 롯데건설 등 잠재적인 상장 후보군의 공모가액을 비싸게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2018년 상장한 정보기술(IT)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은 기관투자가들이 매긴 가격보다 낮은 값에 공모가액을 확정해야 했는데요. 과거 롯데쇼핑의 고평가 논란과 호텔롯데의 IPO 철회가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입니다. 덕분에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장 차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회사 관점에선 꽤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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