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전 국민에게 면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급하는 일명 '아베노마스크' 2탄에 착수한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이미 해소됐기 때문에 예산낭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8000만장을 복지시설에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28일 "일본 정부가 노인요양시설과 유치원,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면마스크 배급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이토추상사 등 9개 업체에 8000만장의 마스크를 추가로 발주했다"고 보도했다. 5000만 전 세대에 빨아 쓸 수 있는 면 마스크를 2장씩 배급하는 사업은 일본 전역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졌던 지난 3월 도입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빗대 '아베노마스크'로 불린다. 마스크 품귀현상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염사고가 끊이지 않고 실용성이 떨어져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이 입수한 후생노동성과 마스크 업체간 계약 37건의 계약서에 따르면 정부가 주문한 마스크는 모두 2억8700만장으로 총 507억엔(약 57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품질검사, 콜센터 위탁, 운송 등 기타 사업비가 107억엔이었다. 모든 계약은 경쟁입찰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2억8700만장 가운데 1억3000만장은 세대 당 2장씩 배포한 '원조 아베노마스크' 사업에 사용됐다. 이 사업은 지난 6월20일 종료됐다. '2차 아베노마스크' 사업은 복지시설 종사자들에게 1명당 7장씩, 총 1억5700만장의 면 마스크를 배급한다. 이미 6월 하순까지 절반 가량이 배포됐고, 나머지 8000만장을 추가로 배포하겠다는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2차 아베노마스크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만 247억엔이다.
아베노마스크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는 커녕 예산만 낭비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곰팡이와 벌레가 묻어나오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아 복지시설에서도 기부받기를 거부하는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책을 추진한 아베 내각에서도 아베 총리를 제외하면 쓰는 각료가 없어 '아베만 쓰는 마스크'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아사히신문이 6월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본 국민들의 81%는 '아베노마스크가 쓸모 없었다'고 답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정부 관청과 복지시설에 반납 또는 기부된 아베노마스크가 10만장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마스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크기도 작고 숨쉬기도 어려워 여름에는 더더욱 사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2차 아베노마스크 사업에 대해서도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미 마스크 부족현상이 해소됐기 때문에 마스크 업체들을 배불리는 용도 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판매 가격비교사이트인 '재고속보닷컴'에 따르면 1회용 마스크 1장당 최저가는 4월24~25일 57엔에서 지난달 10일에는 10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에는 이날 오전 현재 4만3581건의 댓글이 달렸다. "아베 내각이 끝나면 '아베토모(아베의 친구들)'라고 불리는 회사를 모두 조사하고 불투명한 자금이 오갔다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 정도로 사리사욕에 눈이 먼 내각은 처음"과 같이 대부분 정부를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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