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들어오면 무엇을 살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8일 시장 상황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날 외국인은 한국에서 1조310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5.40%), 삼성전기(4.71%), 삼성SDI(3.97%), LG이노텍(3.82%) 등 테크 주식의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면서 그동안 가장 많이 팔아치웠던 삼성전자 주식을 다시 채워넣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이날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0.36% 오르는데 그쳤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폭 차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오른 이유를 분석해 봤습니다.
인텔이라는 거대한 고객이 반도체 생산 외주화를 선언하면서 파운드리 업계의 전체 파이가 커졌습니다. 인텔이 당장 삼성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낮습니다. TSMC는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텔처럼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담당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이기 때문에, 인텔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중요한 반도체 설계 도면을 맡기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설계 자산 유출에 민감한 CPU(종합처리장치) 외에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은 삼성전자에 외주화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이날 장비 업체 원익IPS는 8.8%가 올랐고,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인 DB하이텍도 7.25%가 올랐습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주가는 횡보했습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수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를 파는 대신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수급에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메모리 수급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연말에 출시될 인텔의 서버용 아이스레이크 CPU가 제때 출시되느냐입니다. 이 제품은 계획대로 연내에 출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은 메모리 부문과 비교해 이익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전체 반도체 부문 이익의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효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앞으로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주력 스토리는 메모리 수급이나 스마트폰, 폴더블폰 등에 국한됐었다"며 "여기에 앞으로 장기성장이 가능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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