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무산→국유화' 수순 밟나

입력 2020-07-28 17:22   수정 2020-07-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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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주가가 28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요동쳤다. 이날 오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은 아시아나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경우 국유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감안해 관계기관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전날보다 20.65% 급등한 4295원에 장을 마쳤다. 금융위는 뒤늦게 “협의가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취지였다”며 진화에 나섰다.
항공업 구조조정 안갯속
금융위 해명대로 손 부위원장의 발언은 기자들의 물음에 대한 ‘원론적 답변’에 가까웠다. 그는 “미리 섣불리 이쪽으로, 저쪽으로 간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시장에서 아시아나 M&A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저비용항공사(LCC)도 파산 일보 직전에 몰려 있다. 당장 ‘9월 실업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7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전환 신청을 받았다. 티웨이항공은 올 3월 초 정부의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연 180일 한도인 지원 기간은 다음달 말 끝난다. 정부가 기한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구책 차원으로 무급휴직 신청부터 받은 것이다. 기본급의 50%를 지급하는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월 최대 198만원)을 받으려면 휴직 1개월 전 고용노동부에 신청해야 한다.
LCC업계 무급휴직 확산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선언으로 파산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도 이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3개월 무급휴직을 제안했다. 3월 셧다운(일시 중지) 이후 시행한 유급휴직을 무급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는 법정관리 등 향후 절차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다른 LCC는 정부 방침을 지켜본 뒤 무급휴직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연쇄 파산과 대규모 실직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으로부터 총 3조3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뒀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주식을 채권단이 제3자에게 처분하는 방안,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직접 아시아나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아시아나, 대우조선의 길 걷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항공사를 사겠다는 기업이 나타날 확률은 낮다. 아시아나항공도 대우조선해양처럼 산은 계열사로 편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몇 년 동안 ‘국영 항공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을 거쳐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공적자금을 수혈해 정상화한 뒤 새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아시아나를 인수하기로 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23일 금호산업에 재실사를 요구했다. 채권단은 HDC현산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산은 측은 “HDC현산의 입장을 검토하며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공식 입장만 내놨다.

임현우/강경민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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